“삼성참여 국제경쟁력 높인다”/영 오티 교수 주제발표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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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방화 틀속서 합리적 경쟁 바람직/자동차산업 발전방향 산업연구원 주최 세미나 지상중계
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 신규참여 문제로 기존업계와 삼성그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산업연구원(KIET)이 25일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 세미나는 산업연구원이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받은 연구용역의 중간점검 형태이며 리처드 오티 교수는 삼성부분에 대한 연구를 산업연구원으로부터 재의뢰 받았었다. 산업연구원측은 여러의견을 종합,연구결과를 내년 4월 내놓는다. 오티 교수의 주제발표와 찬반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한국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책방향은 점진적인 개방화의 틀속에서 합리적인 경쟁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속되는 자율화가 극심한 파괴적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다. 즉 대부분의 한국업체들은 시장자유화에 대응하여 생산적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업체가 신규진출을 통해 효율적인 생산전략을 제시.기존업계가 이를 모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산업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며 외국 선진업체와의 제휴가 국내 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될 경우 산업전체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에서 특정업체의 신규 진입이 과잉투자를 초래하는 논리에는 몇가지 점에서 오류가 있다. 삼성의 진입으로 생기는 초과생산능력은 현대·기아·대우 등 기존 3사의 현재 생산규모와 설비증설계획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최선의 정부 정책이란 단일 또는 복수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국내 업체가 조속히 출현할 수 있도록 국내 경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입을 장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기존에 널리 알려진 「규모의 경제」 논리에 대한 대안과 우월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삼성의 참여는 국가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의경쟁 통해 국내 업계 체질강화
◇찬성론=삼성경제연구소 임동승소장은 『일본은 총수출에서 자동차의 비중이 22%나 우리는 4%여서 수출확대여지가 크며 세계자동차업계의 구조개편으로 한국은 1만달러 이하 소형차의 주요 공급기지가 될 수 있다』고 삼성 진입의 타당성을 내세웠다.
임 소장은 또 『삼성이 참여하면 선의의 경쟁으로 오히려 국내 업계의 체질이 강화될 것이며 삼성은 초기부터 독자기술개발에 주력,사업착수후 수년내에 90%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할 것이므로 기술자립화 지연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종합경영능력을 발휘,기존 업계가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부품업계의 전문화·대형화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승민박사는 『자동차 수출의 전망은 우리 기업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선진국기업의 몫을 우리가 잠식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에 경쟁력있는 기업이 더 생기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이 낡은 기술을 가져오지 않고 기존 업계가 못했던 최신 모델·설비로 시작해 소화해낸다면 기술자립화 지연 우려도 없앨 수 있다며 현재 제대로 안되고 있는 업계의 부품공용화도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세종대 교수는 『기존 자동차 3사는 독점이익을 누리고 있으므로 경쟁촉진이 필요하며 미국의 GM처럼 생산규모의 경제가 큰 기업도 적자를 내는 것을 볼때 기존업계가 규모를 늘리는데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삼성진입을 막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도 정체기… 기술자립 늦어져
◇반대론=기아경제연구소 이종대소장은 『선진국 자동차시장은 이미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고 국내시장도 3∼4년내에 정체기에 들어서 기존업체만으로도 공급과잉이 예상되므로 삼성의 참여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국차 복제생산을 통한 신규기업의 진입은 고유모델 개발에 의해 촉진되고 있는 기술자립화를 퇴화시켜 손쉬운 기술도입 경쟁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남대 현영석교수는 『오티 교수 발표는 한국은 세계의 핵심 12대 자동차기업에 들기 힘들기 때문에 선진기업과 제휴,내수시장 위주로 생존하라는 일부 외국학자의 견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로 도약할 여력이 있으므로 이 발표는 전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 교수는 이어 『앞으로 3∼4년은 일본기업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므로 일본과 기술격차를 줄일 호기』라며 『이 시기에 삼성이 참여하면 업계의 기술개발 진용이 흐트러져 호기를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김광두교수도 『지금 상황에서 삼성이 참여하면 기술인력·부품업체 쟁탈전이 벌어져 생산요소가격이 뛰므로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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