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도 보호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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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조처가 이뤄졌다. 현행의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확대해 내년부터 2만명 범위안에서 외국인의 국내 취업을 2년간 허용키로 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이면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위해 불법 외국인의 계속 취업을 유예했지만 이는 실정법과 현실이 괴리를 보이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취업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외국인 취업문제는 그 운용면에서 언제나 원만한 조정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때로는 단호한 결정을 해야 하는 양면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당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과 이들이 근무중 사고로 생기는 산재에 대해 기업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불법체류자인 경우 이들은 몸만 숨겨주는 대가로 일을 하거나,어떤 불이익이나 사고에도 속수무책인 재난을 당하게끔 방치되어 있다. 이들의 노동인권과 사고로 인한 부상 처리 등의 산재문제를 처리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
우리 근로자도 살기 어려운데 외국인 근로자까지 끔찍히 보살피며 일자리를 주어야 하는가,이들을 잘 대우할수록 불법취업이 늘고,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바로 여기에 외국인 취업 허용의 이중적 모순이 제기된다. 물론 외국인의 취업을 장려할 일은 결코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 외국인 취업을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이상,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싫어하는 힘들고,더럽고,위험한 일을 하면서 이들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때로는 화재로 불타죽는 횡액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이들에게 맡기면서 그들을 마치 사탕수수밭의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면 이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이들의 취업을 허용한 형편에서는 일할 만큼 대가를 주고 일하다 생겨나는 사고가 있다면 치료와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기업은 이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2년의 법정기한이 끝날 때 이들에 대한 법적 조처는 단호해야 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생겨날 때는 추방까지 불사하는 단호한 결정이 따라야 한다. 불법체류를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종래의 단속위주 조처에서 벗어나 법대로 따르면 일도 하고,돈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심어주는 법집행의 엄격성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취업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취업에 따른 근로기준법과 산재보상보험법 등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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