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음주측정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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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문제만큼 시민의 일상적 화제가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최근 어느 자리에서 또 교통문제가 얘깃거리로 나왔다. 자가운전자인 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교통단속은 「3적」의 특징이 있다고 했다. 기계적·인상적·고의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음주운전을 단속할 때 보면 측정기의 작동이 정상적인지 아닌지 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코 앞에 들이댄다는 것이다.
또 운전자의 음주정도를 따지지 않고 인상을 쓱 보고는 얼굴이 붉으면 무조건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활명수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맥주 한잔에도 붉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취해도 얼굴색은 까딱없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느냐는 불평이다.
그리고 다분히 고의적인 단속이 많다는 것이다. 함정단속은 말할 것도 없고 강조기간에 흔히 보는 건수채우기 단속은 분명 고의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나쁜 3적」이 합리적·실제적·봉사적 단속의 「좋은 3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단속받는 사람도 승복할 수 있게 합리적이어야 하고 실제의 경우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처벌·벌금보다는 시민의 안전·소통을 더 생각하는 봉사적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쁜 3적」 얘기는 고생하는 교통경찰에 대해 미안한 얘기고,또 다분히 우스개 섞인 불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3적」은 교통경찰이 꼭 염두에 두어야할 충고임이 분명하다.
교통문제가 하도 심각하고 그로 인한 국민의 정신·육체적 피해나 시간상 손해가 엄청나다 보니 교통경찰까지도 이젠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그만큼 교통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이들이 잘 해나가야 한다는 시민의 기대가 무거워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음주측정기 74%가 불량품이라는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측정기의 수치가 높게나오면 구속까지 당하는 판인데 엉터리 측정기로 단속했다니 승복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물거나 처벌받은 사람들은 감사원 조사결과를 보고 누구나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할게 틀림없다. 이 사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다면 경찰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날이 「이동고」에 시달리는 시민을 생각해서라도 경찰은 최우선적으로 측정기의 신뢰부터 회복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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