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 서청원 비공개 만남 9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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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3인 회동은 험악하게 시작됐다. 15일 아침 모임 장소에 도착한 최병렬 대표는 기자가 많은 것부터 불쾌해 했다. "이게 무슨 정상회담이냐"고 소리쳤다. 먼저 와 있던 서청원 전 대표와 김덕룡 의원이 엉거주춤 일어나 崔대표를 맞았다. 곧바로 비공개 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일식집의 얇은 창호지가 문 안쪽의 고성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사실이 아니라니까"(崔대표), "그런 식으로 말하시지 말고""내가 오해한다고만 하는데"(徐전대표) 등 고함이 뒤엉켰다. 崔대표는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90분 가운데 70여분간이 이랬다. 나중 20분간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모임이 끝난 후 崔대표는 "개혁 공천이란 이유로 표적 공천하려고 당무감사 결과를 조작한 게 아니냐고 해서 표적 공천이 아니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徐전대표는 "당을 독선적으로 이끌지 말고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회동 성과는 주선자인 金의원의 말에서 감지됐다. "두 분이 솔직하고 성격도 직설적이어서 격한 소리가 있었다. 오해도 있고 쌓인 감정의 찌꺼기가 있어서 서로 충분히 얘기했다."

徐전대표 측은 "할 말을 다했다"면서 일단 후련해 했다. 특히 당내 분란의 원인 중 하나였던 당무감사 자료 조작설에 대해 崔대표가 "전체 지구당의 3분의1을 조직국장이 보정했다"고 말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徐전대표는 "모 의원의 경우 A에서 D로 바뀌는 등 조직국장이 조정했다고 하는데 그건 결국 조작 아니냐"고 말했다. 徐전대표와 가까운 의원.지구당위원장들은 이날 점심 때 모여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갈등이 해소된 건 아니다. 공천심사위 재구성 논란은 그대로 남았다. 더구나 崔대표는 당 대표가 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徐전대표가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다고, 徐전대표는 경선 2위인 자신을 철저히 배제한 채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고 서로 불만이다.

박승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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