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마스트리히트조약,유럽통합에 냉담한 유럽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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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럽동맹(EU)이 지난 1일 출범했다.
유럽동맹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이 공식발효됨에 따라 英國에서 그리스,덴마크에서 포르투갈까지 유럽 12개국 3억4천만 인구를 포괄하는 거대한 유럽동맹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사에 기록될 역사적인 변화임에도 불구,유럽인들은 무관심과우울함속에 이날 유럽동맹의 출범을 지켜봤다.
실업과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방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이 萬聖節 휴일로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휴무였던 탓도 있지만 유럽동맹의 출범을 기념하는 행사 같은 것은 어디서도찾아볼 수 없었다.
유럽동맹이 출범했다고 유럽인들로서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있는것은 아니다.유럽시민권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세계 어느 곳에서든유럽12개국 공관에서는 같은 대우와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각자 살고 있는 곳에서 실시되는 지방선거나 유럽 의회선거에는 국적에 관계 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정도가 체감될만한 변화라면 변화다. 유럽동맹이 출범했다고 기존의 유럽공동체(EC)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EC와는 달리 유럽동맹은 법률적 실체가 아니라 추상적개념에 불과하다.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그리스 신전의 건축구조를 연상케 하는 유럽동맹은 흔히 三柱체제에 비유되고 있다.▲기존의 EC와▲외교.안보분야 공동정책▲내무.사법협력을 각각의 기둥으로 하고,이 세개의 기둥 위에 지붕을 얻어 지은 집이 유럽동맹 이다.
여기다 근로조건등 사회정책까지 포함해 四柱체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英國은 여기서 제외되기 때문에 똑같은 기둥은 아니다.
지금까지 EC차원에서 수행해오던 공동정책은 EC의 영역으로 계속 남게 되며 브뤼셀에 있는 집행위도 유럽동맹집행위가 아니라EC집행위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다만 정부간 협력 차원에서 수행될 외교.안보.내무.사법 분야에서 어 떤 공동정책이수행될 경우에는 유럽동맹이란 이름을 쓸 수 있게 된다.
예컨대 EC 12개국 외무장관이 보스니아 파병을 결정할 경우「유럽동맹은 보스니아에 군대를 파견키로 했다」고 말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EC는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고용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5%로 예상되고 있고,현재 1천7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내년에는 2천만명을 넘어서 실업률은 12%이상까지 올라갈 전망이다.대규모 감원조치가 곳곳에서 줄을 잇고있다. 최근의 에어 프랑스 파업사태에서 보듯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항의가 격화되면서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불안한 기운마저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동맹의 출범에 유럽인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당연하다.심각한 경제위기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유럽통합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유럽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사적인 출범을 맞은 유럽동맹의 성패는 유럽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이러한 불만을 EC가 과연 어떻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裵明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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