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파국 선택 갈림길/핵 대화중단 북한 속셈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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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극단 대응 가능성 앞세워 국면전환 노릴듯/북핵제재 국제공조때 중국 태도 큰변수
북한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남­북한,북­국제원자력기구(IAEA),미­북한 3각 대화가 접점을 찾지 못한채 「중단」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4일의 남북 실무접촉을 무산시킨데 이어 IAEA와도 자격·공정성을 문제삼아 대화를 중단하고 있다. 미국은 남북대화 및 IAEA의 사찰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북한과 다음 회담을 갖겠다는 입장을 보여 3단계 회담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지난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이후 남­북한,북­IAEA,미­북한의 3축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현 대화단절은 예전과 달리 대화로의 해결과 제재의 기로에서 마감시간을 맞는 긴박한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은 어떤 선택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우선 북한은 다시 대화에 나서는 길을 택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명분과 원칙을 고집하기 보다 현실적이 될때 가능하다. 북한은 한국과 IAEA와의 대화를 단절하면서도 『일정기간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함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유엔에서 확인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시급한 경제문제 타개,그리고 경수로 건설 등에 강경책은 조금도 도움이 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유엔 가입때와 같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논리와 입장을 전면 재정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국내의 강경파나 강경논리에 익숙하게 된 국민들을 설득할 논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음 선택은 박길연 주유엔 북한 대사가 핵문제가 논의된 유엔연설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다.
NPT 탈퇴를 강행하고 한국·미국·IAEA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것이다.
이 선택은 유엔의 경제제재와 국제핵안전정책을 추구해온 미국의 강경책을 불러올 것이 명확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감수할 자신이 있을 때,특히 식량·석유 등 생존과 방위수단을 중국에 의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IAEA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이 국제공조 등에 어떤 입장을 정리할지 변수가 될 것이다.
마지막 선택은 현상타개를 위해 남한에 공격을 하는 극단의 길이다.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사정으로 국민생활이 어려워져 내부통제가 힘들어지고 이로인해 강·온파간 대립이 표면화되면 국면타개용으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여러상황으로 체제유지가 어렵고 남한에 통합되는 길만이 남았다는 판단을 한다면 이 길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상황판단에 달려있고 이달 중순께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주목된다. 이 결정은 한국과 미국이 상황타개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에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도발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직 대화해결의 여지가 남아있고 자멸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같은 요인들을 고려하면 대화중단이라는 강경대응은 북한이 두번째(탈퇴)와 세번째(도발)를 무기로 첫번째(대화를 통한 해결) 선택을 하기위한 전략인지 모른다.
냉각기를 가진후 미국과의 막후협상 접근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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