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좌교수(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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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희망에 부푼 대학 신입생시절 대부분 학생들은 이름난 교수의 강의를 듣고는 실망한다. 그 유명하다는 교수의 강의가 고작 그 수준인가,특별한 구석이 없는 상식적인 강의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세계적 과학자라해서 탁월한 강의를 하라는 보장이 없고 크게 이름을 떨치는 교수는 아니지만 명강의를 한다는 소리를 듣는 교수는 따로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교수의 강의기능과 연구기능은 꼭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첨단과학 분야에서 연구기능은 강의기능에 앞설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교수의 연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생겨나고 석좌교수(Named Endowed Chair)라는 제도가 도입된다.
지난주에 미국 조지타운대 오도노반 총장이 내한했다. 그의 방문목적인즉 「박용학 석과교수직」 설립발표를 위해서였다. 대농의 박용학회장이 한국문화의 미국전파를 위해 1백50만달러의 기금을 조지타운대에 출연하고 한국학과를 개설해 석좌교수를 선정하고 강의와 연구를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분야에서 정해진 연구경력을 지닌 교수를 지명해 특정한 연구성과에 주력하게끔 기업이 일정한 기금을 대학에 기증하고 그 과실금으로 해당교수의 연구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는 방식이 석좌교수제도의 첫 시작이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이 85년,과학기술연구원이 금성과 코오롱으로부터 6억원의 기금을 받고 시작했다.
특히 요즘처럼 대학교수의 연구기능이 문제가 되는 시점에선 교수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대학의 연구기능에 불을 붙이며 특정분야의 연구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석좌교수제 도입은 시급하다. 국내적으로는 연구부재의 대학에 연구기능을 살리는 기능을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사라지는 한국학의 명맥을 잇게하고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하버드대에 학국학 석좌교수직을 설치하기 위해 하버드대와 협약을 체결한 것도 정말 잘한 일이다. 남이 우리를 연구하고 홍보해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장서 강좌와 교수를 설치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연구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연구하게끔 노벨상 수상 과학자를 유치하고 열심히 연구하는 풍토를 앞정서 만들어야 할 위급한 사정에 우리는 처해있다. 그래서 서울대의 석좌교수제 도입도 앞당겨 실시돼야만 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동참도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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