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不放 대법원.SBS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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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4일로 예정됐던 서울방송(SBS)의 미스터리 다큐멘터리『그것이 알고싶다』「姜基勳 유서대필사건-누가 유서를 썼는가」편의 방영(본보 22일자 28면보도)이 갑자기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건발생때부터 유서의 필적을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온데다 재야의 순수성이 거론되는등 관심을 집중시켰던 시국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서울방송측은 방영예정시간인 24일밤 자막으로『방송국 사정으로 방영하지 않는다』고만 밝히고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대법원은 프로그램 방영을 앞둔 22일 이례적으로『신임 대법원장의 취임과 함께 강조돼온「사법권 독립」수호의지는 정치권력이나물리적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물론,부당한 여론으로부터의 독립 또한 필수적』이라며 汎사법부적으로 대응한다는 강 경자세를 보이기까지 했던것.
대법원은 특히『1,2심을 거쳐 지난해 7월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까지 내려진 유서대필사건을 다룬 이 프로그램이 법관의 고유권한인 증거채택 정당성을 문제삼을 경우 좌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아래 대법원공보관과 법원행정처 실.국장들로「모니 터組」를 편성,방송을 지켜본뒤 25일오전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결정키로했었다.대법원은 이에대해『프로그램이 재판과정에서 제기된 韓.日필적감정가간의 엇갈린 진술과 검찰과 변호인측이 제각기 제출한 姜씨의 필적자료중 한쪽만을 선택한 재 판부의 판단을 문제삼을 경우 재판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걱정했는데 방송이 되지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방송측은『방송중단과 관련한 외부기관의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면서『제작이 완료된 프로그램을 검토한 결과 법원.검찰과 피고인.변호인측간의 주장반영에 형평성을 잃었다는 문제점이지적돼 방영후 말썽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자체판 단에 따라 방영을 일단 보류한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방송측은『자살방조를 둘러싼 의혹과 필적감정에 얽힌 감추어진 진실을 객관적 입장에서 추적,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려고 노력했으나 유죄확정판결이 내려진 사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취재과정에서 검찰등의 취재협조를 전혀 받지 못한 점이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킨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불방사태는『사법부 판단에 대한 법리적 이견제시나 量刑에대한 논란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나 유죄 또는 무죄의 증거채택 여부는 전적으로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이루어질 문제』라는 주장을 펴온 대법원의「판정승」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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