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 한일관계 모색/경주 정상회담 개최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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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측 모두 전향적… 우호분위기 성숙/북핵 공조협의… 군사교류 논의 주목
오는 11월6,7일 경주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에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일 양국은 똑같이 구 체제를 청산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 있다.
기묘하게도 다같이 정치개혁에 자기 체제의 명운을 걸고 있다.
또 김영삼대통령도,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 총리도 양자의 과거사와 관련해 대단히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대통령은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배상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진상규명 및 사과만 요구했다.
호소카와 총리도 역대 총리·일왕들과는 매우 달리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표시했고 또 공식으로 그럴 의향을 비추고 있다.
양쪽 정상들이 모두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참된 선린우호관계의 발전을 저해했던 기존 노선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면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청와대측 분석이다.
당초 양국정상은 11월 하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지도자 회의때 만나기로 했었다.
그러나 호소카와 총리가 『인접한 한일 양국이 제3국에서 처음 대면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대통령도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싶다』고 화답해 경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따라서 경주 회담은 그에 상응하는 원만한 진행이 예고되고 있다.
김 대통령도 취임직후 우리 외교는 미·일의 두 기축을 기조로 추진될 것이라며 일본을 평가했다.
호소카와 총리도 한국과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오는 등 양국간에는 상호 존중 우호협력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
여기에 서로를 난처하게 만들 날카로운 현안이 별로 없는 것도 회담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호소카와 총리는 ▲북한과의 수교에 적극 나설 입장이 아니며 ▲한일 경협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전향적이고도 호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주 정상회담은 북한 핵개발과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투기 등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이 심도있게 집중 논의된다.
양측은 이런 문제에 대해 기본인식과 입장을 거의 같이하는 만큼 공동 대응책의 수준·방법 등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공식화된 한일 군사교류의 확대·강화에 대해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도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대통령이 20일 「일왕 방한 환영」 언명에서 보듯 양국 정상은 양국 국민의 감정을 고려해 그간 금기시해온 사안들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군사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 논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경주 정상회담이 양국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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