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少壯.여야 없이 현안추궁-정책감사로 제자리잡는 국정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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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감사가 정책감사로 자리잡고 있다.지난 4일 시작된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대형 폭로는 별로 없었으나 의원들의 내실있는준비로 밀도있는 정책공방이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국감의 가장 큰 변화는 與野와 중진.소장의원의 구분이 없어진 점이다.이제까지 소장의원들이 목청을 돋우어도 침묵을지키는 것이 중진으로서의 체면을 세우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중진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黃珞周(민자).許京萬(민주)부의장도 국감장에 출석해 발언했다.黃明秀총장(민자)은 3박4일간의 계룡대 감사 때 바쁜 당무중에도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열을 냈다.金相賢의원(민주)은 서울大와 수도물 수질을 공동으로 조사해 자료를 만드는 등 의욕을 보였다.
또 여당은 야당같이 활기를 보였고,야당은 대안을 제시했다.姜信玉의원(민자)은 법무부 감사에서『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해도 끝까지 안 된다고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兪成煥의원(민자)은 야당의원을 민주인사로 칭찬하고,여당의원을 카멜레온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全敎組의 선별 복직은 고등 사기』라고 주장했다.
民主黨의원들이 각 기관의 사업 추진 결과를 감사하는 정책감사에 집중해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李基澤대표의 평가다.특히 예산낭비등의 액수를 분야별로 환산해 초반국감에서 이미 1조6천억원으로 집계했다고 주장했다.金炳午정책위의장은 국감이 끝날 때쯤은2조5천억원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를 예산심사 때 반영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국감을 둘러싼 주변 분위기도 달라졌다.대개 피감기관이 고급음식점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던 것이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인근 대중음식점으로 바뀌었다.
국감초기부터 논란을 벌여온 全斗煥.盧泰愚前대통령,金鍾泌민자당대표등의 증인 채택문제는 15일 여야 총무회담에서도 합의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무산됐다.全前대통령은 평화의댐,盧前대통령은 율곡사업과 정치자금 수수,金대표는 金大中납치사건관 계로 민주당이 요구했다.그러나 율곡사업관계는 李鍾九前국방장관등을 증인으로채택했고,對蘇경협관계는 金鍾仁前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과 崔浩中前외무장관을 부르기로 했다.民主黨이 종전과 달리 증인채택문제와 의사일정을 연계시키지 않은 성숙한 자세 에 대해선 民自黨측도 높이 평가하는 바다.
○…이번 국감에서 특히 두드러진 상임위는 역시 국방위였다.그동안 워낙 감추어진 성역이었기 때문이지만 예비역 장성인 林福鎭.姜昌成.羅柄扇.張浚翼의원등이 민주당에 포진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했다.
해양오염과 상수원 수질문제등을 다루며 자리도 뜨지 않고 가장열심히 한 것은 보사위라는 평이다.이제까지 가장 분주했던 내무.법사위같은 공안관련 상임위가 가장 한산한 것도 시대의 변화를반영하고 있다.
여야총무는 여객선 침몰사고가 나자 교체.내무위 감사일정을 바꾸어 현지에 보냈다.12일 군산에서 열린 교체위에서는 서해페리호가 악천후 출항.초과승선.관리소홀등 人災가 겹친 것이라는데 여야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지난달 27일 광양 만에서 벙커C油가 유출돼 해양이 오염된 사건에 대해서도『도선사의 담합 횡포』(金운桓의원.民自),『해상관제시스팀 부재』(盧承禹의원.民自)등이 지적됐다.
금융실명제도 여러 상위에 걸쳐 논란의 대상이었다.孫鶴圭의원(민자)은 여당의원인데도 실명제 대체입법을 주장했고,金元吉의원(민주)은 私財를 들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문공위에서도 李順載의원(민자)이 영세한 영화.미술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證人문제엔 이견 실명제로 지난 8,9월에 현금이 7조6천5백억원이나 지원된 데다 내년의 공공요금 인상,냉해등이 겹친데 따른 물가공방도 있었다.
한차례 소동을 일으킨「核주권론」은 여야 가리지 않고 의견이 엇갈려 있어 공개토론등으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제기했다.
국방위에서 야당의원은 물론 黃明秀의원(민자)도『우리는 盧泰愚前대통령의 비핵화선언 때문에 알몸으로 중무장한 괴한과 싸우려는꼴이 됐다』며 비핵3원칙의 재검토를 주장했다.이 문제는 경과위에서도 나와 金始中과기처장관이 8일『비핵화선언의 수정 필요성을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답변을 하게 됐다.국내외에 충격을 준 이 발언은 다음날 대통령의 부인으로 일단 진화됐다.
지난 5일 행정위에서는 愼順範의원(민주)이 정부투자기관 이사급이상에 새로 임명된 사람중 20명이 대통령선거의 논공행상이라고 폭로했다.이런 낙하산 인사는 공보처의 언론분석반.유선방송위원회등 여러 상위에서 지적됐다.
퇴직공무원 상조회의 이권개입,공사발주및 물자구매과정에서의 예산낭비,관변단체,수입농산물 검역 허점등 숱한 문제점들이 이번 국감과정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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