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여객선침몰사고 사고선박 균형장치 중대결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扶安=특별취재반]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는 배의 복원력과 좌우균형을 유지해주는 장치의 결함으로 항해도중 복원력을 잃고 전복돼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원인을 수사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사고선박이 배의 좌우균형을 잡아주는 장치 두곳에 중요 결함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군산 지방해운항만청과 (주)서해페리 관계자들을 불러 선체결함여부를 집중 수사하고있다.
검.경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지난달 15일 군산지방 해운항만청의 정기검사에서「라다스라스트 베어링」과「빌지킬」의 오른쪽 부분등 두곳에 결함이 발견돼 수리.교체하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군산지방해운항만청은 그러나 이같은 교체지시를 내리고도 서해페리호에 대해 안전도가 양호하다며 1급판정을 내렸던 것으로밝혀졌다.
라다스라스트는 배의 방향키를 지지해 주고 조타실의 핸들과 방향키 축을 연결해 주는 부분이며,빌지킬은 물살에 저항하며 배의균형을 잡아주는 배 밑창의 연결부분으로 이들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복원력이 상실돼 항해도중 조그만 파도에도 중심을 잃게 된다. 본사 취재팀의 확인결과 선박 안전성을 위해 매년 한차례 실시하는 이 검사 결과 보고서에는「우현 라다스라스트 베어링의 교체및 우현 빌지킬의 수리가필요하다」고 기록돼 있다.
검.경은 또 당시 서해 페리호가 군산 방향에서 오른쪽인 격포로 방향을 트는 순간에 균형을 잃고 오른편으로 기울어지면서 침몰한 점으로 미뤄 이들 부위의 이상이 결정적인 사고 원인이 된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20여년 선원 생활을 한 베테랑인 白雲斗씨가 삼각파도나 정원 초과 승선만으로 배가 균형을 잃고 전복됐다고 보기힘들다』며『돌풍이나 파도를 피해 방향을 변경하는 순간에 이들 부위의 치명적 결함으로 균형을 잃어 사고가 났 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경은 또 선박회사측이 항만청의 지적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채 항만청에는 교체.수리했다고 허위 보고한 뒤 계속 운항해 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고 선박의 안전검사 관련 서류를 (주)서해 페리와 군산지방해운항만청으 로부터압수한데 이어 항만청 간부들을 15일 소환,수사중이다.
선박전문가들은 빌지킬은 주로 배가 얕은 수심을 지날 때 바위에 부딪쳐 손상되며 수리하지 않을 경우 선체의 좌우균형이 무너져 롤링 현상이 심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라다스라스트 베어링은 교체하지 않고 오래 사용할 경우 표면이 마모돼 조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되지 않아 침몰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