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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을살리자>3.한우 사라진 칡소.청정소.부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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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리 한우의 고기맛이나 질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아는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이 한우로 인해 한때 한국과 호주 사이에 통상외교마찰을 빚을뻔한 적까지 있었다.
쇠고기 수출국인 호주가 89년 駐韓 호주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한우 정자 10만개를 팔라』며 집요하게 요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대해 당시 농림수산부와 종축개량협회등이『한우가 국내로 역수입될 우려가 높다』며 강력히 반발,결국 호주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호주측은 이에대한「보복」으로 다른 분야의 통상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거의 반 년동안이나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가한우를 비밀리에 사육하며 개량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고,실제로 86년 소값 파동 당시 일본으로 수출된 한우가 일본에서 사육되고 있다.
한우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고기맛이나 질이 뛰어난데다 최고급육 생산용 종자로 활용할수 있는 우수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식품개발원 柳益鐘 박사팀이 올해 발표한「한우육 우수성의 과학적 증명」이란 제목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맛을 좌우하는고기 지방酸중 올레인酸(Olein Acid)함량이 48.73%로 수입쇠고기의 38.29%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젖소 36.53%,교잡종 38.22%에 비해서도 높았다. 이나 건강과 관련된 메치오닌.시스틴.글루타민산 같은 특수아미노산이나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도 가장 높아 어떤 고기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한우에 대해 최초로 기록한 일본인 肥塚正太의「朝鮮之産牛」(1911년)에는『체격이 우수한데다 번식률이 높아 소는 물론 부산물도 조선의 주요한 수출품』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920년대에 나온「고베 육우시장에 나타난 한우」라는 자료에도『체격이 일본소에 비해 크고 육질이 섬세,치밀하고 정육비율이높아 식육업자로부터 환영을 받는다』고 한우의 우수성을 극찬하고있을 정도다.
이같은 우수성 때문에 한우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신라시대에는 당나라에 상당수가 수출됐으며 1887년을 전후해일본에 수출된 한우는 일본 토종소인 화우와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 종자인 갈모(葛毛)화우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갈색소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우는 원래 갈색.흑색.백색등 다양한 색깔과 품종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가 1912년 우량 순수혈통을 보존한다며「일본 黑一枚,한국 赤一枚」운동을 펼친이후 갈색계통을 제외한 한우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 방이 되면서 60년대중반까지만해도 한우는 일반농가의중요한 동력원으로 각광을 받아 부분적으로나마 다양한 품종이 보전됐으나 69년 제1회 전국한우챔피언대회등 한우개량사업을 벌인다며 갈색위주로 우량우를 선발한 것도 흑색.백색소가 사라지 게만든 주요원인이 됐다.
문헌과 구전을 종합해 보면 국내에는 흔히 한우로 통칭되는 갈색소 외에도 흑소.백소.칡소등 다양한 색깔의 한우가 있었으며 특성상으로도 청정소.부덕소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산 앵거스처럼 몸 전체가 새까만 흑소는 일반 한우에 비해체구는 작으나 힘이 좋고 고기맛이 뛰어나며 성격이 거친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주로 제주도에서 사육돼 왔으나 내륙 지방에서도 간혹 발견되곤했던 흑소는『고기맛이 좋아 사육하는게 관헌들에게 알려지면 임금님에게 진상한다는 명목으로 빼앗기는 바람에 기르는 것을 꺼려왔다』는 구전이 제주도에서 전해내려올 정도로 감칠 맛나는 육질을지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2백여마리가 남아 있으나 정확한 유전인자등이 되지 않아 순종여부는 가릴 수 없는 형편이다.
호랑이 무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명 호반모(虎斑牡)로 불려진칡소는 산간지역을 개간하는데 주로 이용될 정도로 힘이 좋았다.
***이 소는 87년 강원도홍천군 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던장면이 종축개량협회 직원에 의해 발견된 것 외에는 현재까지 더이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60년대말까지만 해도 예천.안동.산청 우시장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가죽이 얇고 힘은 세면서도 아무리 먹여도 군살이 찌지 않는데다 번식력이 뛰어난 청정소,등에 바둑판을 올려 놓을수 있을 정도로 몸이 크고 살붙임이 좋은 부덕소도 있었으나 현재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종축원도 이같이 귀중한 한우 유전자원들이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전국의 도종축장과 지원등의 직원을 동원,실태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일제도 보다 많은 수탈을 위해 소에 대한 순종개량사업을 벌여왔고,정부에서도 60년대초부터 순종개량을 원칙으로 하는 방침을 정해 갈색소나마 토종이 지켜져온것이다. 그러나 일제때 수출 또는 공출된 대부분의 한우들이 우량우여서 자연히 상대적으로 劣性 한우들만 남게 된데다 최근에도소값 파동이 있을 때마다 우량종자를 집중적으로 없애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그동안 쌓아 온 개량노력의「공들인 탑」 을 무너뜨리곤 했었다.
86년 소값 폭락 당시 전국 소사육 농민들이 들끓자 내 놓은대책이란 것이 고작『소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20여만마리의 우량암송아지를 사들여 없앤 것이 좋은 예.
『이같은 무책임한 정책의 난맥상으로 인해 97년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될 경우 우리 토종 한우의 장래가 그렇게 밝지만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연간 50만t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는 일본을 겨냥해 일본 토종인 화우와 미국산 앵거스를 교잡시킨 미국산 화우를 이미1천마리이상 시험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본도 10여년전부터 고기질 개량에 착수,마블링(marbl ing=살코기에 지방이 섞인 모양을 일컫는 것으로 서리가 내린 것같다하여그 정도를 표시할 때는 霜降度로 쓰기도 한다)등『맛에 있어세계최고를 달성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미국은 일본인들이 냉동육을 싫어하는 점을 감안,냉동시키지 않고 싱싱한 상태로 비행기로 실어나른다는 수출전략까지 마련해 놓고 있어 우리에게도 적용될 경우 한우의 장래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76년 미국등으로부터 4천t을 들여오면서 시작된 쇠고기 수입은 지난해의 경우 그 양이 국내에서 소비된 쇠고기 총량 22만7천t중 56%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순종개량을 통한 고급육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수입육과 차별화를 이룬 유통구조만 갖춰지면 한우도 국제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국종축개량협회는 이같은 한우의 장점을 토대로 지금까지「量」위주의 한우품종평가방식을「質」위주로 전환,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해 18일부터 사흘간「제1회 한우능력평가대회」를 개최하는 등 質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순종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의 역사=국내에서 소가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4천년~2천년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경남김해 패총에서 소뼈가 발견된 것을 근거로 2천여년전 소가 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李丙燾박사는 59년 발표한「한국사」고대편에서『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한 신석기 시대부터 소를 이용한 농경생활을 한 것 으로 보이며출토된 유물을 분석하면 한우 역사는 4천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 민족역사와 함께 해 온 소는 외국처럼 단순히 식용.승용.경작용으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람과 공생하는「식구」로 대접받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는 외양간과 부엌이 한데 붙어있고소죽을 끓이는 가마도 밥짓는 가마와 나란히 걸려 있을 정도다.
〈李晩薰.李哲熙.鄭泳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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