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해괴한 日 식민통치 정당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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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오후4시 서울 호텔新羅 영빈관에서는 정말 시대착오적이고해괴망측한 심포지엄이 하나 열렸다.
「韓日心話會」란 이름의 단체가 주최하는「아시아미래회의」.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心話會는 말 그대로 한일 양국의 뜻있는(?)사람들이 모여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모임이란다.座長격으로 앉아있는 인사중에는 李奎浩前문교장관도 있었고 이름 있는 대학의 교수, 어느 지방大의 前총장도 연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일본측 발표자의 발표내용이 가관이다.과거 일본이 식민정책을 펼쳤던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가치기준으로 볼 때 정당한것이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식민통치 기간에 중공업 육성,철도.
도로.항만등의 건설,국민교육과 생활향상등에 이바 지한 긍정적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했으면 조선은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과거의 행위 가운데는 나빴던 점도 있지만 긍정적측면도 있으며 韓日간의 발전적 미래 관계를 위해서는 이를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연사로 나선 인물중에는 국내에서도 번역된『恨의 한국인』의 저자 가세 히데아키(加瀕英明)도 있었다.그는 극구 부인하곤 있지만 한국인 이름으로 나온 한국 비판서적『추한 한국인』의 실제 저자란 소문도 있었다.가세는 일본의 대표적 우익 외교평론가로 틈만 있으면 일본의 식민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던 사람이다.일본 心話會의 대표간사로 있는 야마모토 젠신(山本善心)은 2차대전을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일본총리를 강력히 비판한 적도 있다.
이들이 속한 心話會란 모임은 지난 81년 창설된 단체로 기업인,문화.예술인등 일본사회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있는 인사 5백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전국적 모임이다.이들은 韓國心話會(회장 李俊鶴)란 단체와 서울.東京을 오가며 수시로 친목( ?)을 도모해왔다. 도대체 이들이 지향하는 韓日간의 발전적 미래는 어떤 것인가. 양국의 양식있는 사람들이「과거청산」을 전제로 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시점에 이들이「과거인정」을 토대로 만들겠다는 미래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말이 나오지 않는다.어느 틈에 이런 시대의 역행자들을 서울로 불러 식민지 정책의 정당성 을 당당하게 옹호하는 주장을 펴는 심포지엄을 열 만큼 되었는지 알수가 없다.단상에 앉아있는 저명인사들과 교수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지 그들의 심장을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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