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개척 현영학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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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중신학을 개척했던 현영학(玄永學) 전 이화여대(기독교학과) 교수가 14일 오전 9시15분 별세했다. 83세. 일본 간사이(關西)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1955년 미국 뉴욕의 유니언 신학대(STM)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고인은 40년대 후반부터 이화여대에 재직해오다 86년 정년 퇴임했다.

玄씨는 서양 중심으로 전개된 기독교 신학에 한국적 요소를 접목한 것으로 유명하다. 군사정권의 억압이 극심하던 70년대에 고(故) 서남동.안병무씨 등과 함께 한국 민중신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에 충격받아 독재에 맞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주력했다. 고인은 "한국 고유의 신명난 탈춤에서 살아 있는 예수를 발견했다"며 탈춤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79년 10.26 사건 직후 교수 1백34인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던 고인은 신군부에 의해 80년부터 4년간 강제 퇴직당했다.

저서로는 '예수의 탈춤'이 있으며 유족으론 부인 윤보희(전 이화여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 16일 오전 9시30분. 02-76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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