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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장수촌>2.에콰도르 빌카밤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빌카밤바에는 일찍 어둠이 내린다.
아메리카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는 안데스산맥 최북방지역 한구석에 위치한 마치 항아리모양,아니 어찌보면 우연의 일치인지몰라도 마치 우리나라 지도를 축소해놓은 듯한 모양으로 생긴 분지인 까닭이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엔 곧바로 별들이 서로를 시샘하듯 자태를뽐내고 별빛은 마치 무대의 한곳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스폿라이트처럼 빌카밤바를 밝힌다.
저녁 7시면 인적이 끊긴다.바람만이 파수꾼처럼 분지를 싸돌아다닌다. 반팔셔츠와 반바지가 쾌적한 한국의 초여름 아니면 초가을 날씨와 흡사해 한낮과는 달리 밤에 그대로 잠자리에 들기엔 조금은 서늘한 느낌.
에콰도르에서 유일하게 개고기를 먹는 로하지역에 속해있어선지는몰라도 유난히 개를 많이 기르고 있어 끊임없이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가하면 개짖는 소리와 화음을 맞추듯 닭울음 소리도빌카밤바의 밤을 함께 지킨다.
神이 주신 축복의 땅,천혜의 장수마을 빌카밤바의 밤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별다른 대책없이 바쁜 일정으로 이곳에 온 탓인지 구토와 숨이가쁜 高山症에 시달리던 기자가 주민들의 말만 듣고 읍내에 있는「일본인이 세웠다」는 병원을 찾아갔으나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그저 견딜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마을을 헤매다 실로 우연히 어느집 대문에 내걸린「약차(medical tea)」팻말을 보고들어선 간이찻집에서 지금껏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빌카밤바의 비밀을 알게됐다.
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한국산 인삼차.일본산 녹차,그리고 에콰도르에서 흔히 마시는 과주사(향기나는 나뭇잎)차를 팔고있는 리처드 폰테스씨(36)에 따르면『이곳 빌카밤바를 지키는 主山인 만단고에서는 매일 새벽 2~4시 사이 약20분간 공 중방전현상(마른번개)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미 3년전 일본의 학자들이 만단고산에 무인 측정기를 설치,주기적으로 한번씩 데이타를 수거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빌카밤바가 한창 장수마을로 각광받고 있을 무렵인 6년전 한무더기의 일본인들이 이곳에 왔다.그들은 곧바로 읍내에 집을 한 채 빌려 병원을 개원했고 1년에 한차례씩 의과대학생들이 무료진료활동을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그리고 2년후 마을어귀에는 에콰도르와 일본 합작으로 生水공장이 건설됐다.종이팩에 포장된 고급제품은「아구아 데오로(황금의 물)」라는 이름으로 유럽으로 수출되고있고 비닐봉지에 포장된 일반제품은「빌카 아구아」라는 이름으로 에콰도르 국내에만 판매된다.
***長 壽를 상품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한 일본인들은 다시 이곳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까지도 놓치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다.
아주 옛날 로하에 살던 어느 인디오(빌카밤바의 始祖)는 빌카밤바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불기둥이 아닌 황금이 터져나오는 꿈을 꾸었다.본디 이곳은 커다란 호수였는데 만단고산에서 황금이 쏟아지고 맞은편 산에서는 銀이 쏟아져 호수를 메우 는 꿈이었다. 그 인디오는 아무도 몰래 이곳에 왔고 이곳에서 수많은 황금을 발견하고 정착한 것이 마을을 이루게됐다는 내용이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에콰도르를 식민지로 점령했던 스페인정부는 금.고무의 주생산지인 이곳 로하지역에 많은 군대를 주둔시켰었고바위산인 만단고 틈사이에 기도소를 설치했는데 그 기도소는 지금도 관광지로 남아있다.
이같은 사실을 안 일본인들은 금.은을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이해하고 電磁氣 측정기를 설치,그 전자기파가 인체및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민,미국의 자연식품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남미의 안데스산맥을 여행하며 약초를 수집하는 일을 하다가이곳에 파견된 주재원격으로 머무르고 있는 폰테스씨는 지난해 이곳에 온 일본인 학자들과 친해져 현장에 함께 가 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했다.어쨌든 매일밤 번개가 치는데 어떤 날은 번쩍거림이 눈으로보이기도 한다는 말이었다.
***한 국運氣학회 李康元회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우리가 건강보조기구로 자석요를 사용하는 일 또는 고압선이 지나는 동네나 수맥이 지나가는 곳에 집을 짓고 살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매일밤 일정하게 전기방전을 하 면 잠자는 사람들은 전기침을 맞는 효과를 보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풀이했다.그는 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에도 마찬가지의 순화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본에서는 비닐하우스나 가축우리에 전기를 이용한 磁場을 형성시켜 성장촉진효 과를 보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는 신비스러운 마른번개 현상을 확인하고 싶어 새벽 2시 숙소를 나와 한바퀴 도는데 3시간정도가 걸린다는 마을의 일주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여치소리인가,귀뚜라미소리인가 귀에 익은 풀벌레소리가 요란하다가 발소리에 놀라 그치곤 한다 .
그러나 날이 훤해질때까지 양쪽 산을 응시하며 3시간이상을 걸었는데도 번개를 직접 확인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동양의 이방인에게는 그 비밀을 끝까지 감추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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