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불가사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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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생태계에선 현대를 「종의 대절멸시대」라고 정의한다. 일류의 방만한 지구개발정책에 의해 생물의 종이 가속적으로 절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현재 해매다 세게적으로 4만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으며,이 절멸의 속도는 공룡이 지상에서 사라지던 시기에 비하면 무려 4만배나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추정이다.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해 풀포기 몇그루,들짐승 몇마리 죽여 없애는 것을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들이냐고 개발성장론자들은 반박한다. 그러나 종의 다양성 상실은 에이즈를 비롯한 아직도 치료약이 없는 질병의 특효약이나 다수확 농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귀중한 유전자가 소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작년에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해 생물유전자원의 보유권과 배타적 개발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종의 절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몇까지 예만들자면 낙동강 하구댐 건설이후 5년동안 하류에 살던 1백76종의 생물 가운데 절반이상의 종이 사라졌으며,외래종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한 토종 물고기와 벌·개구리 등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으로 품종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재래종 돼지도 우리가 의식못하는 사이에 완전히 멸종돼 버렸다. 특히 한심스러운 것은 우리가 우리 국토의 생태계 현실은 부분적·국지적으로는 어느 정도 조사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종의 분포와 멸종실태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생태계의 중요성이나 파괴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미국자리공」이라는 희한한 이름을 가진 식물이 전국 도처에서 무성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발견됐다. 이 독초는 공해에 매우 강한데다가 토질을 당한 산성으로 황폐화시키는 특징이 있어 인근에 있는 다른 초목들을 고사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식물의 군락지인 울산의 경우 토양의 사막화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들린다. 생태계에 신종 불가사리가 침입한 셈이다. 외국 수입농산물에 종자가 묻혀 들어와 번식이 신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개발과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경제논리로만 재량해서 발생한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환경과 개발의 조화,그리고 생태계 보호라는 보다 심각한 시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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