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여류화가 산실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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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화센터가 여류화가들의 새 産室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4~5년 사이 늦깎이 여류들의 화단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현상은 특히 휴지기를 거친 미술대학 출신 여성들이 문화센터를 화단 재진입을 위한 워밍업 장소로 활용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3년전 木友會주최 공모전에서 한국화로 최고상을 받은 고선희씨(홍익대 출신)라든가,2년전 한국수채화협회주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팽용자씨(숙명여대 출신)는 문화센터를 워밍업장소로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
최근 첫 개인전을 가진 윤선자.김태순씨라든가,2인전 발표를 한 한영희.권소연씨 등도 미술대학 출신의 늦깎이 화가들.지난 6월 문화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서양화가 윤선자씨는 서울대미대를 졸업하고 7년간의 미술교사생활을 끝낸 후 1 6년만인 89년 서울대 동문 62회전에 처음 참가하면서 작품활동을 개시했다.지난 17~23일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한국화가김태순씨는 동아대미대 출신으로 미술교사를 마친후 국립현대미술관아카데미를 통해 다시 붓을 들기 시 작,최근 2년사이 활동을 강화해온 작가.
지난8월 釜山 갤러리 현대에서 4B 2인전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 한영희.권소연씨는 이화여대 미대를 수료,졸업한지25,15년만에 자아발견을 위해 종이와 캔버스위로의 긴 작업여행을 시작한 이들이다.
각 문화센터의 미술관련 강좌 수강생들은 대개 30명 안팎.여성들이 대부분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술대학 출신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5년전부터 각 문화센터의 강사로 활동해온서양화가 宋眞世씨(현 중앙문화센터강사)는 『미대 출신 수강생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지만 필선이나 붓놀림에서 초보자들과는 크게 차이가 나 곧 탄로(?)난다』고 말한다.
결혼이나 출산.육아등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10년 안팎의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문화센터에서 대개 3~4년간 수업을 받은 다음 단체전이나 공모전에의 출품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지도를 받거나 화실을 마련해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식으로 점차 뿌리를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 관례.
宋씨는 『이들은 감각이 보통 사람들보다 앞선데다 전공자로서의자존심도 있어 무척 열심일뿐 아니라 다시 붓을 든만큼 나머지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의욕이 강해 중도탈락하는 예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崔炳植씨는 『사회 관습의 변화와 화단 등단 방법의다양화,여성적 미감에 대한 요구의 급증등 미술계를 중심으로한 사회 안팎의 변화가 여성작가들의 재도전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분석했다.
〈洪垠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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