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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해진 공단추석-기업 자금난,얄팍한 보너스..못주는곳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가위를 맞는 공단들이 예년보다 훨씬 썰렁하다.
구로공단을 비롯,仁川南洞공단등지의 대부분 업체들이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예년에 비해 얄팍해진 보너스 봉투를 받아든 10만여 근로자들이 쓸쓸한 귀성길에 오른다.
총1천2백51개 구로 공단 입주업체가운데 89.6%인 1천1백20개사가 추석연휴에다 주말.휴일까지 이어지는 29일부터 10월3일까지 5일간 휴무키로 했으나 추석보너스가 작년보다 크게줄어 모처럼의 황금연휴가 즐겁지만은 않은 모습들 이다.
올해 추석 보너스를 1백% 지급한 업체는 구로공단내 총 1천2백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64.5%인 8백44개 업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숫자지만 50~1백%의 보너스를 지급한 업체수는 지난해 52개사에서 올해 2백3개사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천남동공단도 마찬가지여서 50%미만의 추석보너스를 주는 업체가 주로 많고 1백48개 업체는 한푼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 그나마 최근에는 격월제로 지급되는 정기보너스가 생활급의 일부이며「떡값」등 특별보너스를 준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근로자들은 귀성비 마련을 위해 주변 사람들로부터빚을 내는가하면 귀향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도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구로공단내 P전기에 근무하는 金모씨(31)는『귀성비용 20만원을 구하지 못해 부득이 친구로부터 돈을 빌렸다』면서『매년 5만원대의 선물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3만원짜리를 겨우 마련할수 있었다』며 어두운 표정이었다.
형편상 귀성을 못하고 추석 연휴기간중 회사 기숙사에 잔류하는근로자는 이회사에서만 지난해 59명에서 올해는 3백67명으로 6배 넘게 늘어났다.
이처럼 근로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어렵자 공단내 상가들도 매상이 예년만 못해 추석대목꿈이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10여일전부터 비누.커피등 추석 선물세트를 들여놓은「원스톱」편의점 가리봉점은 27일현재 최저가인 1만원대 세트조차 거의 팔리지 않았다.
또 시중소매가보다 값이 싸 근로자들이 즐겨찾는 농협 가리봉 판매소도 지난주부터 선물세트를 팔기시작했으나 1주일동안 20여개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공단내에서는 추석이나 설때면 근로자들을 고향으로 보내주던 수백대의 귀성버스 행렬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회사버스로 귀향하는 근로자들은 10여만명중 5.7%인 3천여명에 불과하며 대부분 열차나 고속버스 또는 친지들의 차를 이용하고 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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