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성>위기맞은 중국여성 취업 경제개혁 달갑잖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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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십여년간 中國에서 일고있는 급속한 경제개혁의 소용돌이는오히려 일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올라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美國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비즈니스 위크」최근호에 따르면 中國 여성들은 직장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원이 필요할때 병자 다음으로 해고대상이 되고있으며,일류대학 졸업자들조차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가 보장한 남녀평등이라는 개념이 전통적 가치관에밀려 퇴색하고 유사시 여성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각종 관행이 생겨나고 있다.
中國 노동자연맹이 1천5백개 국영회사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최근 각회사의 해고자중 60~70%가 여성.이처럼 여성들은 직장에서 감원이 있으면 우선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中國의 주요 일간지.TV들마저『남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자리를 내놓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중국여성문제 전문가인 홍콩의 中文大교수인 앤 조르단씨(법학)는 지적한다.
北京 여성연구원장 왕 싱주안씨가 운영하는「여성의 전화」에는 학생.공장노동자등 여성들의 고뇌에 찬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北京외국어학원(BFLI)의 한 졸업생(23)이 이 상담전화에 호소해 온 사례는 취업전선의 성차별을 보여주는 전 형적인 예다. 이 여성은 한 무역회사에 응시,모든 테스트에서 단연 두각을나타냈으나 입사하지 못했다.불합격의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측의 답변은 간단했다.
『당신이 여자이기 때문이지요.』 일류대학 졸업자의 경우 국영회사 입사시험에서 떨어지는 비율은 남자가 20%인데 비해 여자는 80%에 달한다는 것이 北京에 있는 한 마키팅 회사의 조사결과다. 물론 경제개혁 덕분에 월급 3백달러를 받는 비서직등 일자리가 외국인회사등에 많이 생겼고 회계.엔지니어링등 전문지식을 가진 일부 여성들은 관리직에 진출할 수 있었다.
농사짓기보다 나은 월급 50달러수준의 의류.장난감등 노동집약적 사업분야 일자리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中國대학생의 33%에 불과한 여대생들이 자신의 능력에걸맞은 직업을 구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같은 취업.해고에 있어서의 여성차별로 이미 일자리가 없는 中國 도시 노동자의 3분의2가 여성이다.
따라서 지난9월초 각 지역대표 1천1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北京에서 열린 제7차 中國여성대회는 직장에서의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개혁을 추진키로 선언했다.
또 중국 문맹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의 문자해득률을 높이고 해안도시 난퉁(南塘)市 기업들에 출산수당기금의 재원을 여성노동자뿐아니라 모든 노동자들로부터 갹출토록 영향력을 행사키로 했으나 전망은 결코 밝지않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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