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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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낯선 땅,낯선 사람(71)옥선이 희미하게어둠 속에서 웃었다.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거예요.딱하기도 하긴.』 『너 사는 거는 어떻고? 넌 거기서….』 말을 하다가 명국은 입을 다물었다.거기서 뭇 사내놈들에게 술 팔고 노래 팔고 게다가 몸 팔면서,그래 너 사는 거는 신선이드냐.그런 말을 명국은 목구멍 저밑으로 밀어넣으며 바다쪽을 향해 길게 가래를 뱉어냈다.끼룩끼룩거리며 갈매기가 날아갔다.
옥선이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나야 여자 팔자에 부모 못 만나 게다가 저 똑똑지 못하니 여기 아 이렇게 엎드렸지만,어째 남자가 이렇게 못났을까.』 『두만강도 얼음 얼면 좁다더라.그거 건너 뙤놈땅 어디 가서 독립군이라도 되지 그랬냐,그 말이냐? 허허,너 맨날 하는 소리.』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릴 한담.길남이 뒤에 섰다가 오히려 놀라서 옆을 두리번거렸다.어둠이 깔리는 방파제를 세 사람은 내려왔다.둑 밑으로 내려선 옥선이 등뒤를 돌아보았다.
『놀이 하도 고와서 나와봤더니만….』 『서둘러 가거라.너도 매인 몸 아니드냐.』 『오늘은 일 없다오.쉬는 날.』 『호강하네.쉬는 날이 다 있나?』 『미련하기는,여자는 그런 날이 있다오.』 옥선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는 대신 그 하늘거리는 목소리를덮으며 명국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너도 여자는 여자니까.』 명국의 어깨를 쥐어박듯 하고 옥선이는 뛰듯이 유곽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그녀의 뒷모습에다 대고 명국이 말했다.
『인사도 없나,넌.』 어둠 속에서 옥선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고뿔이나 떨어지고… 고향 꿈이나 꾸소.』 명국이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걸었다.길남이 옆을 따르며 물었다.
『누굽니까? 저 조선여자는.』 『얘기하지 않았니.여기도 유곽이 있어서 술 팔고 몸 팔고 그런다고.』 명국이 몸을 돌려 숙소 뒤편의 한쪽을 가리켰다.섬의 중간쯤 되는 높이,고개를 쳐들어야 바라보이는 곳이었다.
『저쪽이다.일본사람들,그것도 노름꾼들이 드나드나보다만,우리야그저 저어기라는 거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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