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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마개를 닫자(선진국 무엇이 다른가:현지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한국」 기초부터 다시 쌓자/선후진국 거센 협공/초일류가 돼야 생존/다시 용되려면 의식부터 바꿔야
「조국근대화」의 피로가 빨리 온 것인가,선진국을 향한 국민적 결의가 도중하차한 것인가.
우리가 「아시아의 네마리 용」중 하나로 부상하기 시작한 70년대중반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종종 서구언론은 『일본사람을 게을러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국민은 세계에서 한국 사람밖에 없다』고 찬탄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피크로 자만심과 함께 거듭된 정부 정책의 실패가 겹쳐 노사분규 바람이 불고 집단이기주의가 충돌하면서 세계의 언론은 『한국사람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비아냥거리며 기우뚱거리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관계기사 5,25면>
들여다보면 우리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세계 경기침체속에서 선진국은 지역이기주의·보호주의를 강화하고 후발개도국은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는게 우리의 외부여건이다. 선진국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메이드 인 차이나」 등에 자리를 뺏기며 사라져가고 있다. 선·후진국 양쪽 협공으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내부적으로도 각 계층의 무분별한 욕구 분출,집단이기주의 만연,투자 부진 등 산업경쟁력 저하,근로 및 기업 의욕상실 등 어두운 형편이다. 92년 경제성장률이 4.7%에 그쳤고 제조업 비율이 27.3%로 떨어졌으며 국제수지는 이미 90년부터 적자로 반전돼있다. 「신한국·신경제」는 연평균 7%의 지속성장을 제시한지 반년만에 올해 성장을 4∼5%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세계는 지금 세기말의 역동적 변화속을 지나가고 있다. 전후 세계질서가 돼왔던 냉전체제가 무너졌다. 국제사회의 기본틀이 바뀜에 따라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 중심의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제개방도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서구·대서양 중심의 국제현상이 태평양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변화는 기대와 아울러 불확실성과 불안을 내포한다.
이러한 격변속에서도 한가지 변하지 않는게 있다. 국제사회의 힘에의한 생존경쟁의 법칙이다.
◎선진국 무엇이 다른가/일류국 못되면 국가존립 어려워/새로운 발전위한 재무장 급하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힘이 있어야 살아남고 강해야 강자가 되는 것이다. 굳이 강대국은 아니더라도 선진국·일류국가가 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선진국 추구는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소명이다.
「선진국」 「일류국가」는 학술적 정의도,객관적 국제 공소기준도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선진국의 여러가지 요건중 경제발전,경제적 부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미국·독일·일본 등과 같은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스위스·싱가포르 등 고소득 소국은 국제화된 시스팀,완비된 사회간접자본(인프라스트럭처),창조적 두뇌집단,그리고 건전한 시민정신 등을 고루 갖춤으로써 일류국 사회에 합류했다. 소위 선진국클럽이라고도 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4개국과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싱가포르·홍콩 등을 합쳐 전세계 선진·일류국은 26개국 정도를 꼽는다. 5,6공때도 그랬듯 신한국정부는 96년 OECD가입 실현을 제시하고 있다. 95년부터 국제수지도 흑자로 바뀌고 소비자물가는 3% 수준으로 떨어지며 98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4천달러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철저한 위기의식에 재무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명치유신 1백년이 지나도 서구학습에 혈안인데 비해 한국은 근대화 30년도 안돼 풀어지고 지친 모습이다.
우리의 지척거리는 자세는 경제부문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과학기술·교육문화·윤리도덕·의식 등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태론 선진국은 커녕 중진국 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판국이다. 제2 남미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을 시급히 찾아야 할 때다. 중앙일보는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가 무엇이든지,선진국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를 특별취재단·해외 상주특파원의 현장취재를 통해 심층분석한다. 창간 28주년을 계기로 21일부터 시작된 시리즈는 30여회에 걸쳐 인프라·제도·관행·국민의식 등 앞서가는 나라들의 선진성을 폭넓게 조명하면서 우리의 실상을 비교할 것이다.
□특별취재단
▲단장=한남규부국장
▲동남아팀=엄주혁(사회1부)·최재영(사진부)차장,김용일기자(사회2부)
▲유럽팀=김수길차장(경제부),남정호(사회1부)·김춘식(사진부)기자
▲미주팀=진창욱(워싱턴)·이장규(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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