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아.최경희 밀고 끌고..여대코트도 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선배동생」成貞兒(27)와「후배언니」崔警姬(28).
유니폼에는「KOREA」나「삼성생명」이 아니라「淑大」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삼성생명.국가대표팀에서 7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헤어진지 1년만에 다시 숙명여대 선수로 만나 대학코트를 달구고있다.
지난 15일 한양대체육관에서 끝난 제30회 전국대학농구연맹전에서 이들은 한게임 평균 30~40점을 합작해내며 이화여대.성신여대.수원대를 연파,숙명여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온갖 부상(성정아는 아직도 왼쪽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있다)과 나이,그리고 짧은 연습시간 등으로 전성기때의 화려한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성정아의 골밑플레이와 최경희의3점슛등 녹슬지않은 기량을 보여줘 농구팬들을 즐 겁게했다.나이는 최경희가 많지만 대학에서는 성정아가 선배다.
지난해「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을 지우지 못해」15년간 정든코트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숙명여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한 성정아를 따라 올초 최경희가 역시 같은 이유로 같은 학교,같은 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10년만에 다시 받는 수업이라든지 7~8세정도 어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등 어려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정아가 옆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있어요.』 84년 은광여고를 졸업한지 10년만에 책상에 다시 앉은 최경희는 첫학기에 20학점을 신청,하루 4시간씩 수업하고 있어 공부하는 분위기를 익히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더구나 꽉 짜인 스케줄대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자유스러운 대학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는게 보통 스트레스가아니다. 그러나 꼭 1년전 똑같은 경험을 했던 성정아가「해결사」역할을 해주고있다.
『큰 도움을 주진 못하지만 수시로 제 경험을 많이 얘기해주지요.』 수업이 끝나면 오후5시부터 역시 삼성생명 선배인 車良淑감독의 지도아래 2시간씩 농구연습을 한다.
학교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이들은 뒤늦게 시작한 대학생활이 만족스러운듯 만면에 미소를 머금는다.
〈孫長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