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뮌헨 올림픽 경기장 모델은 비누막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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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비눗물을 빨대에 묻힌 후 불면 영롱한 빛깔의 비눗방울이 만들어진다. 잡히는 순간 야속하게 터져버리는 이 비눗방울은 공 모양이다.

'표면장력'이란 액체와 기체 같이 서로 다른 상태의 물질이 접할 때 그 경계면의 넓이를 최소화하려는 힘을 말한다. 비눗방울은 공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표면장력이 작용하며, 따라서 경계면의 넓이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 부피가 일정할 때 표면적이 가장 작은 것은 구형이기 때문에, 비눗방울은 공 모양이 되는 것이다.

같은 크기의 비눗방울 세 개를 만들어 붙여보면 경계면의 각도가 1백20도가 된다. 이 역시 표면장력의 작용으로 비눗방울의 넓이가 최소화된 것이다. 이러한 연결 방식은 벌집, 잠자리의 날개, 현무암 기둥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철사로 모양을 만들어 비눗물에 담갔다 꺼내면 비누막이 만들어지는데, 비누막은 비눗방울과 달리 내부가 없다.

19세기 초 벨기에의 물리학자 플래토는 다양한 모양의 철사로 비누막 실험을 했다.

실험을 통해 비누막이 주어진 경계를 연결하면서 최소 넓이를 갖는 곡면(극소곡면)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수학적으로 증명하진 못했다.

'플래토 문제'라고 불리던 이 문제는 결국 미국의 수학자 더글러스와 헝가리의 수학자 라도가 풀어냈고, 더글러스는 이 연구를 통해 1936년 수학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을 받았다.

독일의 건축가 쿤터베니시는 뮌헨 올림픽 경기장의 지붕을 설계할 때 비누막을 관찰해 지붕의 모양을 결정했다. 최소의 표면적을 갖는 비누막을 건축에 활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튼튼한 지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진에서 보듯 뮌헨 올림픽 경기장의 지붕은 인간의 심미안도 만족시키니, 비누막 모양은 경제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미(홍익대 수학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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