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공포에 빠진 제주 한마을-주민 8백명 북제주 판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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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濟州=愼相範기자]제주도의 한마을 주민들이 암공포에 떨고 있다. 식수인 지하수에 암유발물질인 질산성 질소가 검출된 북제주군 한경면 판포리 2백47가구 주민 8백6명 가운데 최근 5년사이 10명이 식도암.위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지금 앓고 있는 사람도 12명이나돼 마을주민들은 높은 암발병률이 지하수오염 때문인것 같다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주민들은74년부터 이 마을 속칭「수장이 지하수」를 간이상수도로 개발,식수로 마셔 왔다.91년 북제주군 보건소는 이 지하수에서 암유발물질로 알려진 질산성질소가 기준치 10㎎/ℓ보다 많은 13~21㎎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당시 이를 공표치 않았었다.
그러다가 지난8월 제주도환경보건연구원은 이 지하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한 결과 질산성질소가 15㎎이 함유돼 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발표(中央日報 8월22일자 사회면 보도)함으로써 처음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때까지는 암으로 사망하거나 앓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지하수에 암유발물질이 검출된 사실이밝혀지자 20년동안 마셔온 물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나섰다. 이 마을 里사무소가 조사에 나선 결과 89년이후 5년동안 소화기계통인 위암과 식도암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8월1일 사망한 姜柄天씨(52.판포리 2007)를 비롯,10명이나 되고현재 앓고 있는 사람도 12명이나 됐다.
이같은 위.식도암 발생률은 주민 36명당 1명꼴로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이같은 발생률은 평균발생률(10만명당 5백40명)의 5배가 넘는 수치다.
또 주민 李萬峯씨(39.판포리1966)는『지난해 11월 어항에 붕어16마리를 길렀으나 한달이 못되어 죽어버렸으며 그후에도10여차례에 걸쳐 붕어 50여마리를 사다넣었으나 모두 죽어버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위암판정을 받아 수술까지 받은 朴희경씨(64)는『위가 나쁜데는 아침 냉수가 좋다고해 매일 아침 지하수를 마셔왔다』며『이제 알고보니 독약을 마신 꼴이었다』고 허탈해 했다.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장 高容九씨는『질산성 질소가 지하수에 기준치 이상 다량 검출되는 것은 비료.농약.축산폐수 때문인 경우가많다』고 밝혔다.
이 마을은 분지형으로 낮은 지역인데다 주변 5㎞안 양돈장 15개소에서 돼지 3천여마리를 기르고 있으나 모두 영세해 폐수정화시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 인근 감귤밭도 10여만평이나 돼 인산.질소질비료의 과다시비와 농약에 의한 수질오염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제주도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문제의 지하수를 이달초 폐쇄하고 다른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질산성 질소는 비료, 동물의 시체나 분뇨등에서 비롯된 부패물질의 일종이다.
서울大약대 鄭鎭浩교수(독성학)는『질산성 질소가 암을 대량으로일으켰다는 보고는 아직 없지만 실험에서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이 물질은 몸속에서 발암물질로 변해 암을 일으킬수 있는데많은 양이 들어가야만 암을 만들수 있다』고 설명했다.鄭교수는『그같은 높은 암발생률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말하고『다른요인에 의한 것일수 있어 일단 샘플을 채취해 연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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