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32억땅 사기당했다/천3백평/국유택지를 사유지로 속아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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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범인들,호적위조해 보존등기까지
서울시가 토지 사기꾼들에게 속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된 국유지를 사유지로 잘못 알고 사들여 32억원을 사기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택지개발사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사들여 택지로 조성,공급하는 것이어서 택지개발 비용이 많아지면 주택분양 가격이 높아져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지검 북부지청이 14일 국유지를 사유지인 것처럼 위조한 뒤 보상금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한 토지사기범 3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에 구속된 사기범들은 현순덕(47·여·에펠제화 사장·서울 서초구 반포8동 한신서래아파트 3동)·김형기(48·재경식품 대표·서울 구로구 시흥동)씨 등 3명이며 장국성씨(58·서울 서대문구 영천동)는 수배됐다.
검찰에 따르면 수배된 장씨는 6·25때 원소유주가 행방불명돼 국유지가 된 서울 노원구 공릉동 543의1 일대 밭 1천6백38평에 대해 호적을 위조,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보존등기를 해 87년 6월중순 조모씨(52)에게 3천5백만원을 받고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김씨는 이 땅이 국유지인줄 알고 조씨에게 1억5천만원짜리 가짜어음(딱지)을 주고 사들인 뒤 함께 구속된 현씨에게 91년 11월 9억원에 팔아 넘겼다.
그러나 건설부가 택지개발 계획을 세우자 김씨는 현씨를 다시 찾아가 『이 땅의 소유권을 부정하게 취득한 경위를 발설하지 않을테니 보상금을 받아 나눠 갖자』고 협박,지난해 8월 보상금을 받아 각각 8억원과 24억원씩 분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이 과정에서 소유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기범들이 작성한 서류만을 믿고 지난해 8월2일 국유지 1천6백38평 가운데 수용대상에 포함된 1천3백81평에 대해 평당 평균 2백38만원씩,모두 32억8천8백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2백57평중 도로 부지로 수용된 22평을 제외한 2백35평은 수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택지개발 영향으로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특히 도개공은 토지사기범들이 보상금을 많이 타내기 위해 협의보상에 불응하자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이들이 받아가도록 했다.
이에대해 도개공 관계자는 『등기부 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사유지로 보존등기가 돼 있어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토지관련 서류에 보존등기와 이전등기 날짜가 같게 돼 있어 조금만 신경써 확인하면 위조서류임을 금방 알 수 있도록 돼있다』고 밝혀 보상금 지급경위에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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