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 우리는 문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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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발 신용 경색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고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대출)가 부실해진 게 발단이 됐다. 부동산 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연체자가 늘어난 것이다. 전체의 17~18%가 부실하다고 한다. 관련 업체가 파산하고,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펀드도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일본의 중앙은행이 250조원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풀었지만 상황은 예측불허다. 국제금융시장은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부동산 버블에 직면해 있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힘든 이유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을 수습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직접 피해 규모만 따지는 건 사태를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 주가가 요동치고 있고, 30조원을 넘는 주식형 해외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금리도 오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자칫 소비·투자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국내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정부도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아울러 46조원에 달하는 저축은행·할부금융·대부업체의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호들갑 떨어선 안 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