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계기 60년대이후 경제비상조치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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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실명제이후 20일도 안되는 기간에 1조3천억원에 이르는 현금통화가 풀렸다.이때문에 8월중 총통화()증가율이 3년만에 가장 높은 20.3%를 기록했으며 통화증발에 따른 인플레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추석이 끼어있는 9월은 물론 실명전환 의무기한이 끝나는 10월에도 만약 있을지 모르는 거액 假名예금 인출사태 때문에 통화는 계속 넉넉하게 공급될 전망이다.
실명제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난등 부작용을 당장 치유할 뾰족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취한 통화공급 확대조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화를 빨아들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통화증가율이 잠재 경제성장률보다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인플레로 나타나는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하반기이후 3%대의 低성장 속에서 총통화증가율은 평균 18%대를 유지함으로써 낮은 성장률을 감안한 적정증가율보다 5~6%포인트 높아 물가상승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국개발연구원.KDI)돼오던 터다.
올 하반기 성장이 지난해 하반기(3분기 3.3%,4분기 2.
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높은통화증가율이 지속됨으로써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발표하기 시작한 60년대이후 주요 경제비상조치와 큰 경제사건을 전후한 상황을 보면「비상조치와 금융사고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통화공급 확대→1,2년뒤의 물가상승」이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 났다.
〈表참조〉 「환」을「원」으로 바꾸면서 명목가치를 10분의1로절하한 2차 통화개혁조치가 취해진 이듬해인 63과 64년 우리는 20%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경험했다.62~64년중 평균 도매물가 또한 22.8%나 올랐다.
문제는 私債동결조치가 취해진 72년이후 몇년사이 뚜렷해졌다.
사채를 인위적으로 없애다보니 돈이 돌지 않자 정부는 돈을 풀었으며,특히 73년에는 총통화증가율이 40%에 육박했다.제1차 석유파동까지 터진데다 풀린 돈이 물가오름세를 더욱 자극함으로써74,75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어섰고 74년의 도매물가 또한 44.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李哲熙.張玲子어음사기사건과 明星그룹 해체,永東개발진흥사건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터진 82년과 83년에도 적잖은 돈이 풀렸다.다행스럽게도 이때는 정부가 강력한 긴축기조를 유지했고 2차 석유파동이후 세계경기침체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 돼 있어 물가를 크게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원위치시켰던 88년12월의 금리자유화,韓銀의 발권력을 동원해 주가를 떠받쳤던 89년 12.
12증시부양조치때 풀린 돈은 임금.부동산가격 상승추세와 어우러져 90년이후의 물가오름세에 일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제 문제는 금융실명제에 따른 최근의 통화공급확대다.통화당국은 화폐의 유통속도가 떨어져 있어 아직 별 문제가 아니며돈이 돌기 시작하면 거둬들이겠다고 하지만 한번 풀린 돈을 빨아들이기가 원래 쉽지 않은데다 여건이 불리하다.또 갑자 기 돈줄을 꽉 죌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경색과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특히 기업들이 골탕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정부는 최근 풀린 돈이 低성장 속의 高인플레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오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배려를 해야한다는 지 적이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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