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극장 탈속-불승의 구도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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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불교의 禪사상을 연극무대에 옮긴 극단 민예극장의『탈속』(부제:어느 구도자의 초상)은 근래 종교를 바탕으로 한 몇편의 연극무대를 꾸며온 연출가姜영걸씨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 20여년동안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일관된 작업을 시도해온 민예극장의 1백12번째 정기공연작품인 동시에 서울연극제본선참가작이다.
천애고아로 핏덩이시절부터 절밥을 먹기 시작해 속세여인의 끈질긴 구애,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주체할 수 없는 욕망등으로 번민하는가 하면 계율을 어긴 파계승으로 방황하는 한 불승의 득도과정이 연극의 주요줄거리.
출가해 아들까지 둔 그에게 법통이 넘겨지는 결말은 禪사상이야말로 휴머니즘의 극치며 누구나 깨닫기만 한다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이 가능하다는 작의를 담고 있다.
이와함께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끊임없는 자극을던져준다는 점에서는 구도자의 초상을 빌어 속세인들의 자기성찰을강조하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하고 있다.
깔끔한 세트와 함께 禪사상의 화두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택해 산만한 대사,멜로드라마적 요소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둔 전개방식이 돋보인다.(문예극장소극장,19일까지,(744)0686).
〈鄭淵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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