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통령 첫 직선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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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8일 싱가포르역사상 최초로 치러질 대통령 직접선거가 관심을끌고 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대통령은 집권 인민행동당 1당독재하의 의회에의해 선출되는 실권없는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91년 헌법개정을 통해 다음달1일 취임하게될 초대 民選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 손으로 뽑았다는 대중적 지지외에도 의회결정을 거부할수 있는 권한을 갖게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국가재산의 감독권,고위공직자 임명거부권,종교문제관할권등을 지니게돼 철저한 총리독주의 싱가포르에서는 감히 상상할수 없었던 권력을 갖게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인민행동당의 대대적인 지원사격을 받는 옹 텅 청 前부총리(57)와 추아 킴 예오 前감사원장(67)등 2명으로 모두 여당인사.
대부분의 정치학자들과 서방소식통들은 『두 후보 가운데 옹前부총리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옹前부총리는 연일지지자들과 만나 악수하고 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꽃다발을 받는 반면,추아前원장은 별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않다.
이처럼 이번 선거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비록 국민직접선거라고는 하나 선거가 『옹을 당선시킨다』는 여당의 의도대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추아前원장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인 것이다.
게다가 새헌법상 대통령후보는 최소 3년 이상의 고위관리경력자나 대기업회장 혹은 사장,그리고 정부부서의 장을 지낸 사람에 국한시키고 있어 야당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꽁꽁 묶어 놓고 있다. 또 후보가 진실하고 명망있는 인물인가를 판정하는 사전심사위원회 구성도 정부가 임명하는 공직자위원회 위원장과 소수민족권리위원회 위원,회계사협회장등으로 구성돼 있어 야당의 반발을 사고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회로부터 자격을 박탈당한 후보지원자들을 비롯한 야당들은『反민주적』『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지 인민행동당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6년임기의 민선대통령문제가 처음 제기된것은 84년.당시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리 콴 유(李光耀)前총리에 의해서였다.
그때부터 대통령직접선거.권한강화문제는 싱가포르사상 가장 첨예한 정치쟁점중 하나로 떠올랐다.
당시 야당들은 李前총리가 총리직을 물러난 뒤에도 권한많은 대통령으로서 계속 권좌를 유지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우려대로 이번 선거에 입후보하지는 않았지만 90년 총리직을 사임한 李前총리는 현재도 고촉동(吳作棟)현총리 내각에서 元老무임소장관직을 맡고있다.
그래서 일단 여당지지의 초대 민선대통령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2대 민선대통령을 노린다는 야당시각도 지배적이다.
야당정치인들은 『대통령권한이 막강해져 의회가 실질적인 권한을가진 英國식 정부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로 여당인 인민행동당 1당통치를 제도화하려는 결과가 초래될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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