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수험생 부모들의 항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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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험시간 20분씩 더 준다고 이런 식으로 모아놓기만 하면 뭘 합니까. 「실질적 평등」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고려가 있어야지요.』
20일 오전 8시30분 서울 남부교육청 관내 뇌성마비·시각장애자들의 시험장인 여의도중학교 교정.
전체 45명인 수험생들의 입실이 끝나자 동행했던 부모들이 삼삼오오 안쓰런 표정으로 모여섰다.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 『잘 봐야 할텐데』에서 시작돼 차츰 높은 목소리의 불만토로로 이어졌다.
91년 서울 K고교를 졸업하고 재작년 3백3점으로 연세대 경영과를,지난해 3백25점으로 서울대 경영과를 지원했다가 낙방했다는 뇌성마비 장애자 오모군(22) 가족의 목소리는 하소연을 넘어 울분에 차 있었다.
어머니 정씨(45)는 『아들이 체육·음악·미술·교련에서 점수를 받지 못해 내신성적이 4등급』이라면서 『시험점수에 맞춰 지원해도 애당초 내신등급에서 차이가 나버리니…』라고 답답해했다.
또 아버지 오씨(53)는 『재수·삼수기간중 학원의 3천명 문과생 가운데 늘 상위 5%안에 들었던 아들인데…』라며 『올해도 안되면 미국이나 호주로 가족이 이민갈 계획까지 세워뒀다』고 한숨쉬었다.
다른 한 아버지는 『동사무소와 구청에 이미 「자료화」돼 있는데도 관할 교육위원회에서 정상인학생의 장애자 「둔갑」을 막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종합병원진단서를 증빙자료로 제출토록 했다』면서 『몸이 불편한 아들(19)을 데리고 종합볍원을 찾아 2시간여동안 새삼 장애자임을 확인(?)하는 신체검사를 받는 등 고충을 겪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들이 압박감에 시달리는 우리 대학입시풍토속에 장애자부모들이 겪어야하는 「덤터기」 답답증이 이날만은 공허한 소리로 들리질 않았다.<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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