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와 경부고속철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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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부고속철도 차종계약을 위한 우선 협상대상자로 프랑스의 첨단 고속전철인 TGV(알스톰사)가 선정됨으로써 서울∼부산간을 두시간에 달릴 수 있는 교통혁명이 눈앞에 다가왔다.
92년 6월에 이미 시험구간이 착공된 이 새 철도는 서울∼부산간 4백30㎞를 최고시속 3백㎞,평균시속 2백10㎞로 달리게 된다. 정부는 10조7천억원이 넘는 사업비 조달이 벅차고,또 첨단 고속철도건설이 너무 이른게 아니냐는 회의론에 부닥쳐 한때 완공시기를 연기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은 이같은 불안과 우려를 일축하고 새 철도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 사업이 22조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점에 비추어 연기하지 않기로 한건 잘한 일이다.
고속철도 건설은 당장의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선도역할을 할 수 있고,또 GNP의 17%,금액으로 23조원에 이르는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1년이면 우리의 경제규모는 지금의 2∼3배 규모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 때를 대비하는 일은 지금부터 해야 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옹색함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저하원인은 기술개발 부진이나 임금상승보다도 경제기반 하부토대의 미비,바로 그것이 될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건설은 이처럼 중대한 의미를 띠고 있는 만큼 모범적인 공공사업이 돼야 한다. 우선 두달간의 협상과정에서 프랑스 TGV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야 한다. 정부 발표로는 TGV가 경쟁차인 독일의 ICE보다 경제성,금융·계약조건,운영경험 및 사업일정 등에서 우세했다. 그러나 평가항목을 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TGV는 87점,ICE는 86점이 된다고 한다.
결국 대동소이한 조건을 양측이 제시했지만 프랑스가 간발의 차로 승리한 것은 차량가격을 최종제의 때보다 10% 2억3천만달러를 더 낮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일측이 제시한 유리한 조건을 우선 협상대상자인 프랑스측이 수락하도록 최대한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TGV는 최고시속 5백㎞를 낼 수 있는 세계 최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차량제조기술·전차선·열차 자동제어장치 및 집중제어장치 등의 기술이 이전돼야 한다. 파리의 알스톰사는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소식을 듣고 1백%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적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협상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거액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제거래인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협상과 계약내용은 최대한 공개돼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한다. 새 정부가 처음 추진하는 거대역사가 모범적으로 이루어지길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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