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 식생활 2∼3주면 환경 변화 적응|박용우 <고려병원 가정의학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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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상당수가 영양 관리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는 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회사로 출근해 담배나 커피로 빈속을 달래고, 곧이어 찾아오는 점심 식사는 그때그때 아무렇게나 해결해 버린다.
특히 요즈음 일부 직장에서 조기 출근제를 시행하면서 그나마 아침식사를 집에서 해결했던 사람들조차 아침을 거르는 수가 많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조기 퇴근으로 저녁 식사가 앞당겨지면서 밤참을 먹어야하는 새로운 식습관이 생긴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신체의 리듬은 수면이나 식습관 같은 생활 리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몸에서는 잠이 들면 처음 2시간 이내에 성장 호르몬이 최대로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성인들에게 신체의 기능을 회복해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체내에 있는 여분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꾸어 축적하는 작용도 하고 있다·자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고 활동을 촉진시키는 부신피질호르몬의 경우 아침에 먹는 음식은 밤참과 달리 거의 에너지로 이용된다. 아침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아침시간대 만큼은 아니지만 식사할 때마다 분비되므로 규칙적으로 식사하게 되면 일정 시간마다 자연히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에너지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기르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고 거기에다 간식까지 먹으면 그때마다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신체 리듬이 깨지게 되어 몸의 상대가 불안정해진다. 아침식사를 절대 걸러서는 안 된다. 바쁘면 죽이라도 먹어야 한다. 점심식사는 가급적 일정한 시간에 먹도록 하고, 반찬이 나양하게 골고루 나오는 식당을 선택하도록 한다. 메뉴도 매번 바꾸는 것이 좋다. 외식에서 부족 되기 쉬운 미네럴과 비타민은 저녁식사에서 녹황색 채소류와 과일을 많이 먹어 보충한다. 간식과 밤참은 피하고 음주는 1주일에 2회 이내로 줄인다. 잠자리는 밤 12시 이전에 들도록 하고 수면, 시간은 적어도 7시간은 확보한다. 우리 몸은 급작스런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적어도 2∼3주 정도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규칙적인 식생활과 수면으로 생활 리듬이 안정되면 신체 리듬은 보다 빨리 적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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