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심쩍은 「긴급조정권」 발동연기/제정갑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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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사분규 해결의 극약처방이라는 노동부의 현대중공업 노사분규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이 중앙노동위원장의 휴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늦춰졌다.
「긴급」이라는 비상조치를 당초 13일에서 14일로,다시 다음주초로 미루면서 정부가 노린 효과가 무엇인지는 거창한 논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동부가 13일 오전 중앙노동위원회에 의견조회를 보낸직후 김상남 노정기획관(국장급)은 기자회견을 자청,이날 오후 긴급조정권 결정 공표를 발표했다. 특히 김 기획관은 발동시기를 공교롭게도 금융실명제 실시직후 정하게된 이유에 대해 『이번주를 넘기면 노사분규가 얼마나 더 장기화될지 예측하지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실무책임자인 최승부 노사정책실장도 이날 『이인재장관이 오후에 발동을 공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물론 정부의 조치도 사태진전과 주변여건에 따라 연기하거나 변경할수 있다. 그렇게해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긴급을 다투는 「긴급조정」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번북을 되풀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도 「중노위 위원장이 휴가중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국민들이 납득하리라 기대하는 것인지,아니면 국민의 수준을 평가절하한 것인지. 긴급조정은 국가긴급사태를 전제로해 만들어진 제도로 파장이 엄청날 수 있어 노사분규 해결의 「극약처방」이다. 노동부는 건국이래 두번째로 지난달 20일 현대자동차에 긴급조정권을 발동,분규를 해결함으로써 이같은 극약처방이 남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긴급조정권을 현대자동차 이후 24일만에 다시 발동키로 하면서 번복을 되풀이,결국 언론을 통해 일단 겁을 주어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의구심을 일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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