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민주 양당 모두 큰 상처/대구·춘천보선 무얼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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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력투구 대구참패 개혁의지 훼손/민자/공천등에 문제 지도부 허점드러나/민주
새 정부 출범후 세번째로 실시된 8·12 보궐선거는 민자 1승1패,민주 완패,무소속 1승으로 끝났다.
이같은 결과는 민자·민주당의 공동패배로 해석되고 있다.
민자당으로선 6·11보선에서의 명주­양양 패배에 이어 대구동을에서 또다시 참패함으로써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어야 하게됐다.
민자당은 지역선거에 불과한 보선을 굳이 「새 정부 개혁정책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두차례 실시된 보선에서 민자당이 전력투구한 명주­양양·대구동을에서 공교롭게 모두 참패함으로써 스스로 부여한 의미를 훼손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책 추진과는 정반대되는 과열·혼탁·금권선거 운동혐의를 보여준 민자당의 반개혁적 행태는 현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케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구지역 선거결과는 또 이른바 TK정서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표적사정」 공방이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었음을 돌이켜볼때 이 지역 유권자들이 새 정부의 개혁과 사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부·여당은 차분히 음미해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민자당패배의 반사이익을 흡인하지 못한채 완패함으로써 이기택 대표체제의 지도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 대표는 별 호응을 받지 못한 선거일자 시비,사무부총장들이 합의한 중앙당개입 자제합의 일방적 파기로 여론의 곱지않은 눈총을 받은데다가 지역기반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후보를 대구동을에는 비주류의 세찬 공격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금품살포와 폭력행사는 구태를 반복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선관위가 불법타락으로 조치한 사례만도 21건에 달했다.
지난 4월 보선의 10건,6월 보선의 12건에 비해 두배로 급증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두번의 보선에 나타나지 않았던 노골적인 금품제공의 병폐가 재발했으며,심지어는 유세현장에서 여러차례 목도되기도 했다.
이같은 시대역행적 행태에 따른 유권자들의 분노는 표로 나타났다.
타락양상을 직접 지켜본 대구동을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당시 지지율(49.4%)의 약 절반(27.3%)으로 민자당후보를 떨어뜨렸다. 지난 대선의 지지율 57%와 비교하면 더 큰 패배라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에도 지난 총선의 지지율(27.2%)에 턱없이 모자라는 8.1% 지지율만 보냄으로써 참패하게 했다. 그결과 무소속의 서훈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어 45.2%라는 확연한 우세로 당선되었다.
춘천에서 민자당이 승인하긴 했으나 큰 소리칠 입장은 못됐다. 유종수후보는 공무원과 중산층 밀집지역인 후평동에서 패배하는 등 고전끝에 3.5%라는 근소한 차이로 신승한 것이다. 2등을 한 민주당 서남선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5.7% 득표에 그쳤던 사실을 감안하면 민자당으로선 결코 이긴 싸움이라고 할수없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민자·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금품살포 및 폭력사태를 놓고 서로 관련자처벌을 요구하며 상호 강경대응 방침을 세워 앞으로 적잖은 선거후유증이 예상된다.
양당은 앞으로 선거패배에 따를 적잖은 자숙의 진통을 감내해야만 하게됐다. 민자당은 앞장서 외쳐온 깨끗한 정치의 명분도 잃고 의석도 하나밖에 얻지 못한데 따른 비난을 소화내야 한다. 민주당 역시 비주류의 서훈후보 공천주장에도 불구하고 안택수후보를 공천해 참패를 자초한 이 대표에 대한 비주류의 책임론공세 등으로 한차례 홍역이 예상된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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