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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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20면

창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당대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 베르테르처럼 권총으로 자살하는 유행이 퍼져 ‘베르테르 효과’라는 단어를 낳기도 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분위기와 탐닉에 가까운 허무주의를 담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 독백을 걷어내고 이루지 못할 사랑의 아픔만을 남겨두었다. 매우 단순한 뼈대만 살아남은 셈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0년 초연 이래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이 생기고 그들이 공연 주체가 되기도 했던 것이 그 예.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인 서영주와 김법래, 이혜경이 무대에 선다.

낭만적인 청년 베르테르는 청순한 롯데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롯데도 베르테르에게 미묘한 우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이미 점잖고 자상한 알베르트와 약혼한 상태다. 실의에 빠진 베르테르는 여행을 떠난다. 얼마 뒤 롯데를 향한 사랑을 버리지 못한 채 돌아온 베르테르는 그녀가 이미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곁을 맴돈다. 그러나 롯데는 베르테르에게 차갑기만 하고, 베르테르 또한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는 알베르트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절망에 빠진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서 권총을 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서양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원작과 어울리도록 클래식한 전개와 음악을 보여준다. 뮤지컬 ‘카르멘’ ‘안악지애사’를 작곡했고, 연세대 작곡가 교수이기도 한 정민선의 음악은 애잔하고 단아하면서도 듣기에 어렵지 않아 공연이 끝나고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베르테르의 하인과 금지된 사랑에 고뇌하는 베르테르가 한데 어우러져 감정을 고양시키는 것도 장점. 아기자기한 꽃수레와 생기가 넘치는 처녀들과 떠들썩한 주막을 오가는 무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듣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게 해준다. 다만 극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기보다 극이 전개되는 사이사이 노래가 삽입되는 평면적인 구성은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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