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사결단 빨리 내려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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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적인 대사업이나 역사가 자주 지연되는데 대한 우려는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조금도 가시지 않고 문민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가까워 오도록 계속된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대역사의 주종을 이룰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굵직한 사업은 경부고속철도·영종도신공항·제2이동통신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공단·중국 천진공단 조성사업 등이 정부나 기업의 관망자세로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들린다. 국내사업은 그렇다치고 해외건설투자까지 관계당국의 망설임때문에 차질을 빚는다면 새 정부의 정책적 결단에 어떤 흠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다.
국가적인 대역사가 늦어지는데 따른 피해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거기에는 금전적 손해 못지 않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와 기회손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국적 교통체증으로 빚어지는 손해가 1년에 5조원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거기에 공항 출입국에 따른 시간낭비,전화가 잘 안되는데 따른 시간비용 등이 과연 얼마나 이를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91년 수출액은 7백19억달러이고 일본은 3천1백45억달러로 우리의 4·4배에 이른다. 더구나 국민총생산 규모는 일본이 우리의 12배에 이른다. 이것은 91년 현재 우리가 GNP 규모에서 일본보다 21년이나 뒤져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일본의 고속전철 연장이 1천8백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1㎞도 건설이 안됐으니 그 비율은 따질수가 없다. 0%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고속전철 건설역사에서 35년이 뒤졌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변명일 따름이다.
영종도신공항이나 제2이동통신 개설이 늦어지는데 따른 국민생활이나 경제활동의 손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우리의 관심이 왜 이같은 중요한 사업이 때를 놓쳐 크나큰 기회손실을 가져오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5,6공 정부에 대한 일말의 불안이나 회의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혹과 의심을 받을 여지가 없는 새 정부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21세기가 어떤 세기가 될 것이냐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으나 국민복지향상을 제일 중시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선 아무 이의가 없다. 복지추구의 제1의 급선무는 국민의 의·식·주 공간을 넓고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대사업은 국가경제활동뿐 아니라 국민생활의 편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가시화되어야 한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새 예산의 골격도 이점을 많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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