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그룹 해체 위헌 결정 통치권 남용 전전 대통령 사죄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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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85년 당시 전두환 전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단행된 국제그룹해체조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이 난 것은 무소불위의 공권력도 법에 의해 집행돼야하며, 그간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에 시달려온 사법부가 모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다.
주지하다시피 5공 시절의 국제그룹 해체조치는 국제그룹이 재무구조나 경영부실 탓이 없진 않지만 전두환 전 정권에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일 경우 보복차원에서 「괘씸죄」를 마구잡이 식으로 적용한 대표적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되어버린 자의적·초법적 조치였으며 대통령의 직권남용이요 월권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도대체 통치권이 무엇인가. 역대 군사정권들은 법 위에 군림해 전제군주들이 자행한 횡포와 인권탄압을 무기로 삼아 법치 아닌 인치를 일삼아왔다. 「법에 의한 지배」「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평범한 사실도 대통령이 되면 잊어버린단 말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상조치나 계엄령을 남발하여 국민을 불안과 초조에 휩싸이게 하고, 안보논리를 내세워 정권안보를 획책하며,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억제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역대군사정권은 불법적 행위를 수없이 저질렀음에도 무조건 통치권행사라는 미명하에 사법적 처리나 판단에서 제외되어 왔으며 사법부조차도 「권력의 시녀」나 「정권안보의 도구」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자본주의 국가 어느 나라에서 정권의 필요에 따라 사기업을 칼질하고 자의적으로 통폐합하는 횡포를 저지른단 말인가.
자본주의 기본요소인 개인기업의 자유와 경영권 불간섭 원칙조차 몰랐던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문민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한편으로 국민들을 서글프게 한다. 시대 상황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나 법 적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사법부도 이제 더 이상 외압이나 눈치를 보지 말고 스스로 위상과 권능을 회복해야 한다. <우정렬(부산시 중구 보수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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