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진흥법 이해단체 찬반논란|「책의 해 조직위」시안 놓고 공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소규모 독서시설인 문고를 먼저 활성화할 것인가, 도서관을 먼저 확충토록 할 것인가.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추진하는 독서진흥법의 제정을 놓고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뜨겁게 대립하고 있다.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최근 독서관련 단체 및 출판계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독서진흥법」(안)을 확정, 10월 정기국회 입법을 전제로 정부·여당에 검토를 의뢰했다.
법안은 ▲독서진흥기금 마련 ▲행정기관에 동·읍·면 단위로 공공문고 설치 의무화 ▲사업장·주거단지·대형건축물 등에 사설문고 설치 권장 ▲문고 및 기부금에 대한 과세특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독서진흥기금은 정부출연금, 법인·단체·개인의 기부금, 공원 및 고궁 등의 모금, 채권발행 등으로 조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도서관협회 등 도서관계는 이 같은 법안의 내용이 현행 도서관진흥법과 중복되며 문고활성화 시책은 독서활동의 근본이 돼야 할 도서관의 설치와 운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민자당 사회개혁특위 문공소위원회(위원장 강인섭 의원)는 4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독서진흥법 공청회」를 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청회에선 윤청광씨(책의 해 조직위원회 홍보간사)의 제안설명에 이어 한상완(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우부길(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감사)·박도갑(문화체육부도서관정책과장)·공종원(조선일보논설위원)씨 등이 논평과 토론을 벌였다.
이날의 핵심적 논쟁은 책의 해 조직위를 대표한 윤청광 홍보간사와 한국도서관협회를 대표한 한상완 교수 사이에 벌어졌다.
윤씨는 제안설명에서 『공공도서관은 전국에 2백81개 밖에 되지 않으며 지금처럼 정부예산에만 의지할 경우 1년에 10개의 도서관 밖에 건립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일정 기준이상 시설을 규정하고 있는 도서관과 달리 소규모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문고설치를 활성화하도록 별도의 독서진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날 도서관협회측이 공청회장에 배포한 반대 의견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독서진흥법의 제정취지는 현행도서관진흥법이 규정한 도서관의 기본목적에 이미 포함돼 있으므로 독서진흥법을 따로 만들 것이 아니라 현행 도서관진흥법을 개정,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서 진흥법 상의 「문고」는 규모와 명칭만 다를 뿐 도서관진흥법상의 「작은 도서관」과 똑같은 내용』이라며 『현재법에 규정돼 있는 도서관 진흥기금이 실제로는 한푼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을·타개하는 것이 문제지 따로 독서진흥기금을 만들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도서관진흥법은 도서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이지만 독서진흥법은 독서활성화에 관한 법으로 서로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도서관진흥기금 출연을 꺼리는 기업들도 회사발전을 위해 자체 도서실을 만들라며 세제혜택까지 준다면 얼마든지 호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판계에서 지난 83년과 88년에 이어 세번째로 제정을 추진하는 독서진흥법은 도서관협회측과의 대립에도 불구, 이번에는 어느 정도 수정을 거쳐 제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를 주재한 강인섭 의원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법 체계상 중복문제를 손질하는 등의 절충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번에 독서진흥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