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의부도」여부 공방/국제복대위·제일은 주장들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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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결제자금 추가입금 안받아/국제/당좌잔액 부족 당연한 조치/은행
헌법재판소가 5공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가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린데 대해 해체 당시의 재무부장관과 주거래은행이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국제그룹 복권대책위는 이들을 형사고소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제측은 85년 국제해체에 앞서 실제로는 84년말부터 해체계획이 실천에 옮겨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거래 제일은행은 당시 국제쪽 예금부족사태에 대해 대출을 일으켜 어음을 결제해줬다고 반박하고 있다. 쟁점에 대한 양쪽 의견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복대위는 1차 부도가난 84년 12월27일 당일 제일은행 광화문지점이 단지 본점에만 보고한뒤 지점장 단독으로 교환에 회부된 국제상사 발행어음 4백32억원중 2백억원 어치를 「예금부족으로 인한 지급거절」이란 부전지를 붙여 각 어음 지출은행에 반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부도처리 사전협의제 운용지침을 만들어 여신관리를 받고있는 계열기업의 부도에 대해서는 「은행감독원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해놓고 있다.
복대위측은 또 다음날 어음을 회수해 결제했으니 결국 부도처리가 된 것이 아니라는 은행측 주장에 대해 『사실상 부도처리된 것이나 다름없어 한달 사이에 단자회사 등 제2금융권이 2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해가 버렸다』고 밝혔다.
복대위측은 은행으로부터 결제대금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부족한 자금 1백93억원 이상을 오후 6시부터 6시30분 사이에 마련했으며 광화문지점에 이를 추가로 입금하겠다고 전화로 연락한뒤 어음교환소 마감시간 전에 입금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에는 자금사정이 나빠 대부분 어음교환소 마감시간전에만 대면 부도를 막아주었다는게 당시 금융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이야기이고 보면 줄곧 거래해온 대기업에 대해 그렇게 급하게 부도처리하려 했던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복대위측은 또 국제측이 당일 한푼의 돈을 들고오지 않았다는 은행의 주장에 대해 『28일 은행이 어음을 전량 회수하여 결제해 줄때 사용된 수표가 모두 27일 이전에 발행된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국제그룹이 이미 27일에 부족한 자금을 모두 마련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복대위측은 또 부도가 나기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있다.
84년 11월의 완매채 제도 금지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제그룹에 대해 재무부는 은행측과 협의해 완매채 여신잔액 8백65억원을 CP와 회사채발행을 통해 협조융자형식으로 지원(재무부의 청와대 보고용 「국제계열 문제점 및 대책」에서 확인)해 주기로 했으나 양정모회장이 청와대 만찬에 늦은 다음날인 12월22∼23일 무렵 은행지원을 갑자기 중단했다고 정치적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국제상사로부터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일단 부도처리 시간을 연장했다가 부도대전을 끊어 어음제출 은행에 돌렸지만 그래도 부도는 낼 수 없어 이튿날 은행에서 일시대를 일으켜 어음을 결제해 부도를 막아 주었다면 국제그룹 복권대책위측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만제 전 재무부장관은 당시 정부에서 만든 국제그룹에 대한 완매채 여신잔액 지원방침을 취소토록 했다는 국제그룹측 주장에 대해 『현단계에서 더 이상 그런 문제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제일은행측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당시 상황이 국제상사의 부도가 아니다. 국제상사 발행 어음을 갖고 있는 관련 은행과 단자사에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가 27일 오후 6시30분에 더 이상의 연장은 곤란하다는 통보를 받고 부도대전을 끊어 어음실물을 제출은행에 돌려주었다. 그러나 이튿날 국제상사를 부도처리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해 제일은행에서 국제상사측에 당좌대월을 일으켜 며칠 자금을 빌려주는 일시대 3백93억원으로 결제해 주었다. 당시 국제상사 등 국제계열그룹은 거의 매일 수백억원씩의 예금부족이 생겼다가 마감시간 전에 겨우 막곤 했다. 이 때문에 다른 거래은행에서도 머리아파할 정도였으며 어음연장을 잘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
어찌됐든 간에 당시 상황은 국제상사의 당좌예금 잔액이 만기가 돼 돌아오는 어음보다 부족해 문제가 생긴 것이며,영업시간이 지났는데도 예금부족액을 메우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도처리 절차를 밟는게 은행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당시 국제상사는 거의 매일 자금이 허덕이는 판이라서 설령 국제측이 주장하는대로 오후 5시30분에 부도대전을 끊었다고 해도 그 시간이 문제될 수 없다. 이튿날의 어음 결제자금도 모두 은행측에서 그래도 국제상사를 부도낼 수 없다는 판단아래 일시대로 해결한 것이지 국제쪽의 입금액은 30억원밖에 안됐으며 국제측 입금액으로 전부 결제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양재찬·이철호기자>
□국제 그룹측이 주장하는 84년 12월 국제그룹 1차부도를 전후한 상황 일지
▲84년 11월=정부,완매채 제도금지
▲84년 12월20일=재무부·제일은행·한국은행과 협의 거쳐 국제그룹의 완매채 여신잔액 8백65억원을 협조융자 방식의 은행지원 방침 확정해 청와대 보고용 서류 작성
▲84년 12월22일=국제그룹 양정모회장이 재벌기업인 초청 청와대 만찬에 폭설로 늦게 참석
▲84년 12월23∼24일(추정)=김만제 재무부장관,관련 은행에 국제그룹에 대한 8백65억원의 대출지원방침 전면취소 조치
▲84년 12월27일 오후 5시30분=제일은행 광화문지점,이날 교환 돌아온 국제상사 어음 전량 4백32억원에 대해 「예금부족으로 인한 지급거절」 부전지 붙여 각 어음 지출 은행에 반송(사실상 1차 부도)
▲84년 12월27일 오후 6시=국제그룹 뒤늦게 이 사실 알고 실제 결제 부족 금액 1백93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뒤 제일은행 광화문지점에 추가입금 하겠다고 전화연락한 뒤 어음교환소 마감시간(오후 7시)전에 입금하려 했으나 은행측 거절
▲84년 12월28일=제일은행 광화문지점 부도처리방침 바꿔 부도어음 전량 회수해 결제(이때 사용한 자금은 모두 27일 이전에 발행한 수표로 국제그룹이 마련한 자금)
▲85년 1월26일=1차부도후 한달시한 날짜로 제일은행과 국제그룹이 국제그룹 정상화방안 잠정확정
▲85년 2월5일=제일은행과 국제그룹,국제그룹 정상화계획을 확정해 은행감독원장에게 제출
▲85년 2월7일=김만제 재무부장관 「국제계열 현황과 대책」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국제그룹 해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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