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이재무(1958~ )
명경처럼 환한, 어지러운 햇살 속
하늘을 흔들며 나는 나비 한 마리
주춤주춤 물러서는 허공
수런, 수런대며 안간힘으로 망울 밀어올리던
장다리꽃밭
항아리 속 고인 물처럼
순간 정적의 바다에 빠져든다
나비가 지나간 빈자리
바람이 다녀가는 호수의
잔물결인 양
고요가 일어 출렁거린다
이제 곧, 장엄한 적막이 지나고
마른 대지를 적시는 큰비가 당도하리라
이 시엔 명경처럼 환한 햇살 속, 망울을 밀어 올리는 장다리꽃, 큰 비가 오기 전의 적막이 있다. 일편시에서 현재와 조금 전과 앞을 모아 쥐는 눈이 대담하다. 마른 하늘과 항아리 물과, 꽃망울의 삼각대비는 팽팽하고. 폭우 직전의 울멍울멍한 심사가 긴장되어 있다. 이재무의 나비는 어디 숨어 있는가.
<고형렬·시인>고형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