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병|조수헌 교수<서울대 의대·예방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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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다이빙을 좋아하는 중3학생입니다. 물 속 깊이 잠수했다가 수면위로 올라올 때 잘못하면 잠수병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잠수병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답>결론부터 말하면 일반인들이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에서 즐기는 잠수정도론 잠수병에 걸리지 않으므로 질문자는 안심하고 다이빙을 즐기기 바란다.
사이다 병을 갑자기 따게 되면 기포와 함께 녹아있던 탄산가스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체는 압력이 높을수록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으므로 병마개가 열리면서 압력이 떨어져 녹아있던 기체가 나오게 된다.
잠수병이 생기는 원리도 이와 같은 것으로 이때 말썽이 되는 기체는 대기중 8할 가량을 차지하는 질소다. 혈액이나 조직액에 녹아있던 질소가 물 속 깊은 곳에서 갑자기 수면위로 올라오게 될 때 생기는 압력 저하로 기포를 형성하게 된다. 관절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심하면 기포가 이물질로 작용해 척수로 가는 혈관 등을 막아 하반신 마비 등의 위중한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질소는 특히 지방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비만한 사람에게 더 흔하며 노인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20명 가량의 잠수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기통 등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숨쉬며 잠수하는 해녀나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은 5∼10m의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활동하므로 잠수병 발생이 드문 편이나 20m정도까지 공기통을 메고 내려가야 하는 직업 잠수부에게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남태평양의 진주조개잡이들은 공기통 없이도 해저 30m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하므로 잠수기법의 숙달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수심10m가 1기압에 해당하므로 해저 20m깊이에선 땅위에서보다 3배의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깊은 물 속에서는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떠오르는 것이 잠수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잠수병은 꼭 물 속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즉 높이 1만m상공(10분의 1기압)을 나는 비행기에서 구멍이 뚫리는 사고와 같이 갑자기 외부압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어디에서라도 발생 가능한 질병이다.
잠수병환자의 치료에는 1백%산소를 3기압으로 유지하는 고압산소 요법을 쓴다. 마치 물밑에 있을 때와 같이 외부압력을 올려 줘 기포화된 질소를 다시 녹이는 것이 이 방법의 원리다.【정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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