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학문적 접근 큰 성과-미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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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해외에서 열린 한국학관련 학술대회로는 가장 큰 규모였던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21세기를 향한 한반도의 변환-평화, 조화 그리고 진보」란 주제로 열렸다. 아-태 문화연구소 김일주 소장(한성대교수)이 최근 이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와 본지에 특별 기고문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6백50여명의 학자·정치인·기업인·언론인·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5일간 3백50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미시간주립대 세미나는 과거 한국학세미나가 지역·이념·분야별로 나뉘어 치러져왔던 것과는 달리 한국학의총체적 활용을 위한 학문통합이 강조된 데 특징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회 준비위원장인 임길진 교수(미시간주립대 국제대학학장)는 『한국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학문적으로 통합하려는 접근법을 가동한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문학자 외에 정치인·예술가·경제인들이 대거 참가해 색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경제인을 대표해 그룹총수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소신 있게 밝힌 것도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받았다.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엔진으로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의 과거 부조리를 비판하고 기업인의 입장에서 김영삼 정부의 신 경제정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청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문화예술부문은 이번 학술대회의 백미였다. 한국·러시아·중국에서 온 예술가와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을 새우면서까지 시종 열띤 토론을 별임으로써 가장 주목받는 분과세미나가 됐다.
시인 고은, 작가 이윤기, 영화감독 이장호, 영하배우 장미희, 영화 『서편제』의 김명곤씨 등이 주도한 예술분과세미나는 「통일한국에서의 영화의 역할」을 테마로 택했는데 대회본부로부터 진지함과 학문적 수준에서 과거 어느 국제세미나보다 우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미나중간에 영화 『서편제』가 두 차례 상영돼 중국과 러시아에서 온 한인교포와 재미동포들의 심금을 울렸다. 카자흐에서 왔다는 한 교포는 『우리음악이 훌륭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서편제』상영 때 주최측은 한국에서 미시간주로 입양된 한국고아들과 미국인 부모 등 1백여명을 특별 관람케 했다.
이들에게 영화를 통해서라도 가슴 속에 묻어둔 한국인의정서를 일깨워주고자 하는 배려에서였다.
김명곤·이윤기씨가 연출한 「한국문화의 밤」은 사물놀이공연, 김명곤·김영빈씨의 판소리, 교포학생 30여명이 펼치는 춤이 한데 어우러져 미주리주의 소도시 랜싱시를 떠들썩한 축제마당으로 만들었다.
시인 고은씨는 예술분과세미나에서 자신의 『백두산서시』를 우렁차게 낭송해 참석자모두를 숙연케 했는데 뒤풀이 한마당에서도 『우리는 정치나 경제로는 통일하기 어려우니 노래와 춤으로 통일하자』며 덩실덩실 춤을 추어 보여 참석자 모두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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