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정 발동 부처의견 압축/현대사태/정부선택 「마지막카드」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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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율해결 불능 유일한 대안 부각/노조반발,대규모 불상사 우려도
정부의 울산 현대계열사 노사분규에 대한 「타율에 의한 해결」 방법은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압축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긴급조정권에 대해 지금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않고 노사간 조기수습을 하도록 경고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방관하지만 않겠다』고 말했고 울산 현지에서 이인제 노동부장관도 『자율해결이 되지못해 타율해결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만 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 노사분규가 한달이상 계속되는 현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긴급조정권이 거의 유력한 대안으로 정부 부처간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노사분규를 자율해결치 못하고 「타율」에 의존하게 될 경우 그 방법은 ▲공권력 투입 ▲회사측의 직장폐쇄 ▲긴급조정권 발동 등 세가지다.
그러나 현대 노사분규는 쟁의발생 신고를 통한 적법한 법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파업이고 강제점거·기물파괴·폭력 등 불법사례가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않아 공권력 투입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직장폐쇄는 현대가 국내 산업계에 차지하는 위치와 관련해 파급효과가 크고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며 정부가 아닌 회사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어서 제외될수 밖에 없다.
따라서 타율해결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현대자동차의 21일 전면파업을 앞두고 노동부 실무진에서 이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공정한 중개자」 역할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해결사」역을 맡게된 배경은 분규로 인한 엄청난 산업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정부에 돌아올 타격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분규로 인해 현대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의 산업피해는 1조4백38억원에 이르고 수출피해도 늘어나는 등 국가경제를 크게 흔들고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사자율」만 부르짖고 있을수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부는 2일 김 대통령의 「중대결심」 발언이후 사태해결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해왔으며 이중 임의조정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적극 추진해왔다.
노동부는 14일 최승부 노사정책실장을 현지에 급파,노사 양측에 노사합의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아닌 제3자가 중재하는 임의조정을 적극 권유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 장관의 16일 울산방문도 임의조정이란 노사자율에 의한 마지막 협상카드가 깨짐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정부가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큰 긴급조정은 노동부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노동부장관이 결정하는 것으로 즉시 노사 양측에 이를 고지하게 된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지해야하며 공표일로부터 20일 동안은 쟁의행위를 할수없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마련한 중재안은 단체협약으로 인정돼 노사협상은 끝나게 된다.
긴급조정 발동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지하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 주모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백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게된다.
그러나 긴급조정은 노조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크고 이에따라 대규모 불상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긴급조정은 건국이래 실제 한번도 강행된 적이 없는 노사분규 해결의 「극약처방」으로 문민정부가 이를 실제 밀고 나갈지는 의문이다. 반면 발상을 전환해 노사가 대립하는 해고자복직·인사 경영권참여·임금문제 등에서 신축성을 발휘해 노사가 인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긴급조정안을 마련한다면 국내 처음의 긴급조정도 효과를 기대해 볼수도 있다.<제정갑·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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