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토초세 파동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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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치솟기만 하던 우리나라의 땅값이 작년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지가변동을 조사하기 시작한 75년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작년 8월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땅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의 가장 중요 근거가 토지 공개념관련 제도의 도입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 제도중의 가장 강력한 토지투기 억제장치가 바로 토지초과이득세다.
이 토초세가 또 한차례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달초부터 발송되기 시작한 토초세 부과예정액 통지서가 납세자들의 손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전국 도처에서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90년 도입이후 두차례의 시행과정에서 엄청난 물의를 빚었는데도 아직까지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토초세의 세무행정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토초세 부과의 기본이 되는 공시지가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건설부가 전국 표준지의 지가를 산정하면서 연도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이에 대한 법원의 위법판결이 내려진 사실은 토초세 과세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표준지 지가를 기초로 한 지역별·개별지가의 산정에도 중대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지역에 따라서는 읍·면·동사무소의 직원 한두명이 수백건의 지가산정을 하면서 필지별 특수성에 대한 현장조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절대적인 인력부족에다 평가담당자의 전문적인 조사분석 능력도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정밀한 지가산정이 이뤄질리 없다.
과세대상인 유휴지를 놀리게 된 사연을 가리는 작업도 물론 간단치는 않다. 그러나 과거에는 논란이 된 사례들의 정밀분석을 기초로 좀더 세심한 판정기준을 마련했더라면 반발을 헐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서둘러 마찰해소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의 농경지와 종중임야 등을 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켰지만 이 정도의 고려쯤은 일이 터지기 전에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이었다.
유휴토지의 시중 시세와 공시지가 사이의 비율관계가 지역별로는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조세마찰 확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역시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과세예정액 통지서가 나간 이상 일선세무서와 행정관서는 사후적인 시정절차를 통해서라도 과세상의 하자나 오류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납세자들도 집단항의의 방법보다는 일단 심사청구와 이의신청의 정해진 절차를 활용하는 성숙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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