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핵 폐기 국제 공조 훼손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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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에 대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견인할 6자회담의 지속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할지는 남북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북한과 관련한 우리 외교 노력의 초점은 6자회담”이라고 강조했다. 환영하지만 6자회담의 진전에 기여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도 환영 의사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관계국들의 노력을 지원하는 회담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은 “핵 포기라는 6자회담의 목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직접 확인할 것”을 촉구했고, 요미우리 신문은 “6자회담의 틀 밖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지원을 늘린다고 약속하게 되면 핵 문제 해결을 오히려 꼬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이 이처럼 ‘신중한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칫 이번 회담이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 공조의 틀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본다. 핵 포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휘둘려 대규모 경제적 지원이 제공될 경우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정부도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김 위원장의 실천 의지가 담보된 구체적 스케줄의 형태로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동안 입으로는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숱하게 밝혀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최대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어렵사리 조성된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 공조의 틀을 훼손함으로써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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