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웅상」그려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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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션』 『킬링필드』등의 영화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롤랑 조페 감독(48)이 신작 『시티 오브 조이』의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했다.
『시티 오브 조이』는 근본적으로 영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영웅이 아닌 새로운 영웅상을 영화 속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인물 중에서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뉴욕의 한 택시운전사가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해줬을 때 감독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30대 초반까지 연극과 TV드라마 등을 연출해오다 영국의 거물제작자 데이비드 퍼트냄의 조력으로 83년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킬링필드』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게된 그는 85년『미션』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따내면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했다. 드물게 보는 과작의 감독으로 보통 3년에 한편 정도를 만든다. 『흥행성이 없는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만들려해도 제작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답변.
『사람들간에 서로 다른 성격과 차이점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영화적 주제라고 밝히고 있다
주로 제3세계를 무대로 해 영하를 만들어온 그에 대해서는 동양을 「신비와 모험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서구인다운 편견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동양예술을 좋아하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동양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인류 공통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점을 제3세계가 많이 안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무대로 삼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어느 나라 영화든 「자기 이야기」를 과감하게 담아야 외국관객들에게 그만큼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비디오로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을 깊은 감명을 가지고 보았다는 그는 앞으로는 한국영화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고.<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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