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기념관」 건립싸고 말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기창화백 22억 들여 청원에 대규모 시설 추진/지역인사들 “일제때 전력” 이유 반대운동 나서
우리나라 화단의 대표적 원로인 운보 김기창화백이 의병장 한봉수선생 등 독립운동가 유적지 인근인 충북 청원군 북일면 형동리에 작품전시관과 휴양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자 이 지역 재야인사들이 김 화백의 친일경력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1일 청주·청원지역 재야인사와 청원군에 따르면 김 화백은 현재 거주지인 「운보의 집」일대에 모두 22억여원의 사비를 들여 미술관·도예공방·휴양시설·교육시설 등을 갖춘 8만7천9백여평방m 규모의 「운보기념관」을 짓기로 하고 농지·임야 등을 매입,이달초 도에 국토이용계획 변경신청을 했다는 것.
그러나 이 지역 재야인사들은 김 화백이 일제말기 총독부 문화정책에 앞장섰던 친일화가인데다 김 화백의 기념관 건립 예정지 주변이 의병장 한봉수선생,의암 손병희선생,단재 신채호선생의 생가·묘소·사당 등이 몰려있는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인 점을 들어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재야인사는 「충북역사정의실천위원회」를 발기하고 『김 화백은 일제 총독부의 문화정책에 앞장 서 학도병 지원을 부추기는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를 비롯,일군의 결전의지를 고취하는 「총후병사」 등의 작품을 그린 명백한 친일화가』라며 『조국을 구하기 위해 피흘린 충절의 땅에 친일파의 기념관이 들어서서는 안된다』고 주장,기념관 건립저지에 나서고있다.
이에대해 운보의 아들 김완씨는 1일 오전 10시 충북도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갖고 『운보가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그가 예술가로서 이룬 업적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들의 이해를 촉구했다. 김씨는 또 『당시 스승인 이당 김은호와의 정리로 친일적인 작품활동을 하게 됐을뿐 독자적인 친일사상 행위는 아니었다』며 『운보 자신도 친일적인 작품활동을 한데 대해 「무조건 잘못된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평론가들에 의해 운보의 친일행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작업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청주=안남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