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걸프전” 확산 안될듯/미­이라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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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 고삐 죄어가도 후세인 이례적 침묵/이라크전력 「80% 회복」은 미의 “선전용”/유엔사찰단 「감시카메라 설치」또 긴장
미­이라크 대결은 미국이 고삐를 죄어가는데 반해 이라크가 물러서는 양상으로 진행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폭격에 대한 국제적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명분을 잃고 있는데다 이라크가 대결을 회피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1차 걸프전과 같은 국면이 재발할 소지는 적다.
미 하원 외교소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는 이라크가 걸프전 이전의 전력을 80% 회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조시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암살음모설과 관련된 추가공격 의도는 비치지 않고 있다. 걸프지역의 해군력 강화에 대해서는 27일 폭격에 따른 이라크의 보복도발을 대비한 것이며 29일의 공군기 폭격도 걸프전이래 비행금지구역 초계비행 과정에서 수차례 행해진 것의 연장선이라고 미 국방부가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이라크의 반응은 계속 후퇴 양상이다. 27일 폭격 직후 이라크 정보부 압둘 알두리 부장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보복공격을 주장했지만 후세인 자신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시 정권시절 기회있을 때마다 대중앞에 나서서 대미 보복을 선동해온 전례에 비춰 이례적인 자세다.
이라크는 29일 관영 TV방송을 통해 밝힌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바그다드 시민의 70%가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관련,주목되는 것은 현재 바그다드에서 농성중인 융엔사찰단의 일원인 로버트 켈리가 『이라크는 걸프전이래 20여 차례 실시된 유엔사찰단의 조사 및 파괴로 핵·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는 실전에 배치할 만한 것이 사실상 없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로 미뤄볼때 이라크가 전력을 걸프전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변 아랍국들에 대한 미국의 선전용으로 보인다.
27일 폭격과 관련,쿠웨이트를 제외한 모든 아랍국가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이들에게 이라크가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될 대상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이라크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유엔사찰단의 이라크 미사일 시험기지 감사용 카메라 설치를 둘러싼 것이다.
사찰단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는 것은 아라크가 사정거리 1백50㎞ 이상의 미사일을 새로 생산하는 것을 막기위해 미사일 시험기지를 24시간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엔안보리와 미국은 각각 18일과 25일 『이라크가 계속 카메라 설치를 거부할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걸프전이래 유엔­이라크간 가장 심각한 긴장국면이었던 92년 이라크 농무부 사찰관련 대립보다 심각한 양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관련된 이라크의 의도는 이 문제를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문제와 연계하겠다는 것일뿐 요지부동의 거부상태는 아니다.
유엔은 이라크의 석유수출 대금 일부를 유엔의 이라크국민 구호활동에 직접 전용하며 나머지도 식량·의약품 등 필수품 구입으로만 용도를 한정하는 안을 이라크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내달 7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이라크간 석유협상의 결과에 따라 현재의 대치국면이 재 충돌로 발전하느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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