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트레이드도 힘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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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 감독과 이상훈이 LG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감독은 11일 밤 전화 통화에서도 "분위기가 이렇게 된 이상 올해 이상훈과 함께 할 일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순철 감독과 LG 구단이 트레이드 방침을 세운 이후 선동렬 수석코치를 앞세운 삼성과 양상문 감독의 롯데가 이상훈의 영입에 적극적이다. 선 코치와 양 감독은 이상훈의 고려대 선배라는 공통점외에도 각각 이상훈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선 코치는 1998·1999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이상훈과 한솥밥을 먹으며 센트럴리그를 제패(1999년)했다.

양 감독은 바로 지난 시즌까지 트윈스 투수코치로 있으면서 이상훈의 가치를 직접 느꼈다. 그러나 인정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게 냉혹한 시장 논리다. 이상훈의 트레이드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능성 1-LG가 자유계약 선수로 푼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LG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이상훈을 제약 없이 풀어주는 경우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린 LG가 여론의 점수를 딸 수도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은 마무리 실력을 지니고 있는 이상훈이 다른 팀으로 갔을 경우 상대 전력이 상승할 것은 뻔한 이치다. LG가 남 좋은일 시키면서 출혈을 감수할 정도의 배짱이 있을 지 의문이다.

▲가능성 2-현금 트레이드?

김응룡 삼성 감독이 현금 트레이드라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이는 LG가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이다. 큰손 삼성과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한 롯데가 연봉 6억 원에 달하는 이상훈의 몸값을 책임질 수 있으나 LG는 선수 욕심이 강하다.

트윈스는 아예 선수 없는 트레이드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 게다가 구단으로서는 이상훈을 돈에 팔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가능성 3-선수+현금?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선수 1~2명 또는 2~3명과 현금을 섞는 방식인데 카드를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과거 롯데가 분풀이식으로 선수협 창설에 주도적인 구실을 한 마해영(현 기아)을 삼성에 주는 대신 다소 의외였던 김주찬과 이계성을 받는 이상한 트레이드(?)를 했지만 LG가 이를 답습하리라고 보는 측은 거의 없다. LG는 현금도, 선수도 놓칠 수 없다는 자세다.

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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