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주고받기 뿌리내린 “대만의 지혜”(특파원 코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달 건너 번호추첨/80여만명에 상금 줘/세수행정에 서민의 호기심 절묘하게 접목
매번 홀수달 26일이 돌아오면 대만사람들은 신문을 열심히 뒤적인다.
손에 한뭉치씩 영수증을 들고서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은 신문지상을 통해 발표되는 행운의 영수증 추첨번호다.
1등의 상극액수 한화 약 6천만원을 비롯,모두 여덟자리 숫자의 정부발행 영수증 통일번호 가운데 끝의 세자리 수가 맞는 경우(상금 환화 6천원)까지 상금이 지급된다.
대만 재정부측의 통계에 따르면 상금에 해당하는 영수증은 매번 3백만장에 이르고 있으며 실제 약 80만명이 상금을 수령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금수혜자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으며 적중률도 그만큼 높아 대만 국민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추첨번호 발표일이 오면 사무실과 가정 등 사회 각구석에서는 지난 두달간의 영수증을 무더기로 쌓아 놓고 「노다지」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대만 재정부 부세서의 한 직원은 『이 제도를 통해 일반 국민의 영수증 주고 받기가 정착돼 탈세 방지 등 건전한 세정확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개인을 제외한 일반 회사 등 납세단위는 정부에서 책정하는 세금을 통일번호(통일편호)를 가지게 된다.
이 통일번호가 들어 있는 영수증은 행운의 영수증 번호 추첨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하지만 일반 회사 납세자들은 이를 통해 부가세를 환급받게 되어있다.
따라서 대다수 일반 임직원들은 명함에 회사의 세금 통일번호를 버젓이 인쇄해 가지고 다닌다.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명함을 제시해 통일번호를 백화점 직원에게 알려 준 뒤 그 번호가 찍힌 영수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다.
대만당국은 지난해 영수증 당첨상금을 절반으로 깎아내렸다.
줄잡이 두달에 약 3백60억원이 소요되는 당첨금 지급이 국가 예산에 부담을 주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된 세정운영을 위해 이 제도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해간다는 것이 대만 당국의 입장이다.
결국 영수증을 받아가는 국민들에게 「행운 당첨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영수증 주고 받기는 대만 당국의 희망대로 튼실하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또한 영수증을 발급하는 영업단위에서나 통일번호를 부여받는 일반 직장 등에서도 영수증 주고 받기의 생활화를 통해 부가세 환급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민의 호기심과 세정확립의 목표를 교묘하게 연결한 대만당국의 정책 설계의 한 단면을 볼수 있는 대목이다.<대북=유광종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